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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구상’ 남북 충돌… 北 “어리석음 극치” 대통령실 “무례”

입력 | 2022-08-20 03:00:00

[北, 담대한 구상 거부]
김여정 “국체인 핵, 경협과 못바꿔”… 尹대통령 실명 9회 언급하며 비난
대통령실 “무례한 언사 매우 유감”… “北거론 자체가 관심 방증” 해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윤석열 정부의 대북(對北)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겨냥해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또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윤 대통령을 직격하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여정 담화 뒤 즉각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하고 핵 개발 의사를 지속하겠다고 표명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를 통해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이라며 “우리의 국체(國體)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꿔보겠단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밝혔고, 이틀 뒤(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비핵화의)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도와주겠다”고 한 바 있다. 북한은 이러한 제안을 일축하면서 이미 핵·미사일 고도화에 성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웬만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만 윤 대통령 실명을 9차례나 언급하며 ‘말 폭탄’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개는 엄지(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면서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지니 이젠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며 “일단 북한의 추가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담대한 구상’ 남북 충돌… 北 “어리석음 극치” 대통령실 “무례”


김여정 “尹 자체가 싫다” 원색 비난
정부선 “金 발언 선 넘었다” 격앙
새정부 초부터 남북 경색 국면
北, 한미훈련 맞춰 도발 가능성
일각 “긴장 높인뒤 대화 열릴수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對北)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겨냥해 “어리석음의 극치” “황당무계한 말”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사실상 대남(對南) 총책 역할을 맡은 김여정이 윤 대통령 실명까지 9차례 거론하며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는 등 직격하자 우리 정부에선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실도 즉각 “매우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직접 언급하며 반응을 보인 것 자체가 남북 관계에 극적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조목조목 반박한 건 그만큼 뜯어보고 분석했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비난 수위를 높인 게 협상에 앞서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김여정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

김여정은 이날 ‘담대한 구상’을 가리켜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까지 언급하며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고 깎아내렸다. 또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는 가정부터가 잘못”이라며 7차 핵실험 등 핵개발 강행 의지도 분명히 했다.

‘담대한 구상’을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이라고 매도한 김여정은 윤 대통령을 향해선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라고 비난했다. 또 “개는 엄지(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가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는 등 막말도 쏟아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경제와 민생이 엉망진창이어서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면서 언제 그 누구의 ‘경제’와 ‘민생’ 개선을 운운할 겨를이 있겠는가”라고 비아냥댔다.

북한이 윤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담대한 구상’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자 정부에선 전방위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 맞섰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개발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도 “매우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담대한 구상’은 3대를 이어 폭압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김정은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제안”이라며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온다면 평화의 문은 담대히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 北 도발 수위 끌어올릴 듯…극적 대화 가능성도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대단히 유감” 권영세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권 장관은 “무례하고 품격 없는 표현으로 ‘담대한 구상’에 대해 왜곡해서 비판한 데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일단 북한이 윤석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북정책 자체에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당분간 긴장 수위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인 17일에 순항미사일 2발을 쏘며 도발을 재개한 북한이 탄도미사일, 핵실험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22일부터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는 만큼 북한이 이를 명분 삼아 집중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그동안 협상 국면에 접어들기 직전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긴장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전례가 많은 만큼 이번에도 극적인 대화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북한의) 윤석열 정부 길들이기 작전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도 “‘난 네가 싫어’ 하고 공개적으로 외치는 것은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도 북한은 강경하게 거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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