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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 잡은 바이든의 이 말, 미국을 감동시켰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 2022-08-20 12:00:00

군통수권자 최대 임무는 국민 보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국 군사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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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 제거 대국민 연설을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As Commander-in-Chief, it is my solemn responsibility to make America safe in a dangerous world.”(최고 통수권자로서 나는 미국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엄중한 책임이 있다)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할 때 멋있습니다. 군사작전을 성공시킨 대통령이 “나에게는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대국민 연설을 하면 국민들은 폭포수 같은 감동을 받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백악관 2층에서 격리 중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왜 기어코 1층 블루룸 발코니까지 내려와 이 연설을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하늘 높게 뻗은 워싱턴 기념탑이 배경에 들어오는 블루룸 발코니는 백악관에서 가장 사진이 잘 받는 곳입니다. ‘폼’을 잡는 연설을 하고 싶을 때 애용하는 장소입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9·11 테러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진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 제거에 성공한 뒤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치밀한 작전을 수립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초정밀 유도 미사일을 발사해 알자와히리를 제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는 거의 잊혀진 단어가 된 ‘war against terror’(대테러 전쟁)를 거론하며 “미국은 자유세계의 첨병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군사작전이 알자와히리 제거처럼 언제나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패한 사례도 많습니다. 설사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민간인 피해, 과도한 무력 사용, 일관된 개입 원칙 결여 등으로 인해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논란이 됐던 미국의 군사작전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파나마 군사작전 때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 위키피디아




“Just because Bush felt like it.”(그냥 부시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1989년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남미 파나마에 대한 군사작전에 돌입했습니다. 파나마 주재 미국인 보호, 민주주의 수호, 마약거래 차단, 파나마운하 보호 등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진짜 목적은 파나마의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을 권좌에서 축출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노리에가 장군은 미국의 비호 아래 권력을 잡았지만 각종 부정부패를 자행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자 미국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벌였습니다. 변변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파나마에 미국은 각종 최신 무기를 동원해 전쟁은 보름도 안 돼 끝났습니다. 노리에가는 미군에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자국 주도의 세계질서 확립을 위해 다른 나라에 무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했습니다. 미국 내부도 시끄러웠습니다. 파나마 작전명인 ‘Operation Just Cause’(정당한 명분 작전)에 빗대 ‘Operation Just Cuz’(단지 그 때문 작전)라는 뼈있는 농담이 나돌았습니다.


‘cause’(코즈)와 발음이 비슷한 ‘cuz’(커즈)는 ‘because’(왜냐하면)의 줄임말입니다. 뒤에 ‘Bush felt like it’이 따라오는 것으로 ‘그냥 부시가 벌이고 싶어서 벌인 전쟁’이라는 의미입니다. 부시 대통령의 진짜 의도는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과 거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feel like’라고 합니다. “I just feel like it”은 “그냥 그렇고 싶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I don‘t feel like it”은 “그냥 댕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1980년 이란주재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외교관들을 인질로 잡은 이란 대학생들. 위키피디아



“The responsibility is fully my own.”(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1980년 이란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구출작전에는 ’failure‘(실패)가 아니라 ’disaster‘(재앙) ’fiasco‘(낭패)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처참한 수준의 실패를 뜻합니다. 예리하다는 의미의 ’Operation Eagle Claw‘(독수리발톱 작전)이라는 작전명이 무색하게 총체적 난국에 빠져 ’Operation No Claw‘(발톱 빠진 작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습니다.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창설 후 첫 투입된 작전은 각 군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수송용 헬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작 구출 임무는 시작도 하기 전에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헬기 간의 충돌로 군인 8명이 사망했고, 미군은 헬기와 시신을 이란에 버려둔 채 도망쳤습니다.


대통령에게 실패한 군사작전에 대해 변명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습니다. 작전이 실패한 다음날 백악관에서 대국민연설을 한 지미 카터 대통령의 표정은 심각했습니다. 대통령은 작전 실패를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responsibility is my own”은 “responsibility is mine”보다 책임감이 더 강조된 표현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기대했던 “regret”(유감) 표명은 없었습니다. 대신 “the nation shares my disappointment”(국민들이 나의 실망을 공유할 것)이라며 어정쩡하게 사과했습니다. 국민들은 6개월 뒤 대선에서 ’강한 미국‘을 외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습니다.


피그만 침공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 대부분 미국 내 쿠바 망명자들로 이뤄졌다. 존 F 케네디 도서관



“The worse I do, the more popular I get.”(못할수록 인기는 높아진다)


1961년 피그만 침공은 미국이 쿠바 망명자 1500여명을 훈련시켜 쿠바 피그만에 침투시켜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는 계획이었습니다. 상륙 지점인 피그만(the Bay of Pigs)이 야생돼지가 많은 곳이라 붙은 이름입니다. 그러나 지휘체계 혼란, 현지 정보부족, 쿠바혁명군의 압도적 우세 등 복합적인 이유로 작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취임 후 첫 군사작전인 피그만 침공이 실패로 끝나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상심했습니다. 그는 원래 이 작전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중앙정보국(CIA)의 집요한 설득 때문에 승인했습니다. 작전이 실패하자 케네디 대통령은 “통치를 못할수록 인기가 높아지네”라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반어법 자학개그였습니다. 국민들은 ’뉴 프런티어‘로 포장된 케네디 리더십이 생각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현실 자각을 하게 됐습니다.


’the 비교급, the 비교급‘은 ’할수록‘이라는 뜻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형태는 “the more, the better”(많을수록 좋다)입니다. ’TMTB‘가 줄임말입니다. ’TSTB‘도 있습니다. ’the sooner, the better‘(빠를수록 좋다)를 뜻합니다.


충격을 받은 케네디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뜯어고쳤습니다. 전문가 집단에게 크게 의존했던 회의방식을 개방형으로 바꿔 찬반 의견이 자유롭게 토론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작전을 주도했던 CIA를 멀리 하게 됐고, 동생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의 발언권이 강화됐습니다. 이 때 사이가 틀어진 CIA는 훗날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배후로 지목됐습니다.



● 명언의 품격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 성공 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We can do these things not just because of wealth or power, but because of who we are, one nation, under God, indivisible, with liberty and justice for all.”(우리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부유하거나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신의 가호 아래 자유와 정의의 원칙으로 단결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알자와히리 제거 작전은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과 여러 모로 닮은꼴입니다. 제거 대상이 알카에다의 리더라는 점도 똑같고, 치밀한 위치 추적 정보를 수집해 정밀타격을 가한 점도 비슷합니다. 대통령의 연설 내용도 비슷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 제거 후 대국민 연설에서 “justice has been done”(정의가 이뤄졌다)이라고 말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justice has been delivered”(정의는 실천됐다)라고 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오바마 연설은 명연설이라는 칭찬이 따라다니는 반면 바이든 연설은 그렇지 못합니다. 물론 빈라덴이 알자와히리보다 훨씬 악명 높은 테러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바마 연설에는 미국인들을 감동시키는 도덕적 정당성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연설의 핵심 문구는 “justice has been done”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인들의 판단은 다릅니다. 미국인들이 꼽는 핵심은 마지막 구절입니다. 미국의 무력행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왜 미국이 군사작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지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 제거가 미국의 부(富)나 군사력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유와 정의 실현은 미국인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삶의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백악관에서 격리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두 가지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알자와히리 제거와 소각장 유해물질 노출 참전용사 보상법안 통과입니다. 알자와히리 제거가 국가적 낭보라면 보상법안 통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2008년 이라크 바그다드로 파병을 가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보 바이든. Defense Visual Information Distribution Service



“I’ll tell you what, as long as I have a breath in me, I‘m going to fight to get this done.(한마디 하자면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이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보상법안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쓰레기 소각장의 유해물질에 노출된 군인과 가족 350만 명에게 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전장의 소각장은 독성 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어 노출된 군인들은 귀국 후 각종 질병을 호소했습니다. 법안은 공화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격리 중이던 2일 통과됐습니다. 그동안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의사당 앞에 천막 시위를 벌이며 법안 통과를 촉구해왔습니다.


법안 통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격리 중에도 시위대와 연락을 취하며 격려했습니다. 보훈처 장관을 시켜 시위대에게 피자를 배달시키는가 하면 시위대와 페이스타임 통화도 자주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위대와의 통화에서 ”I’ll tell you what“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일종의 주의 환기용 멘트입니다. ”나 지금부터 중요한 얘기하겠다“는 뜻입니다. ”as long as I have breath in me“는 ”내가 숨을 쉬는 한“ ”목숨이 붙어있는 한“이라는 뜻입니다. ”get it done“은 ”성사되도록 하다“는 뜻입니다. 본인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는 의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목숨까지 걸 정도로 법안 통과에 열성적으로 나선 것은 2015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맏아들 ‘보’의 사망 원인이 소각장 유해물질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연관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아들 헌터가 각종 ‘사고’를 치는 골칫거리인 것과 달리 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믿음직스러운 자식이었습니다. 이라크전에 자원입대해 전투부대로 싸운 ‘보’는 2009년 전역 후 델라웨어 주 검찰총장으로 일하다가 2015년 사망했습니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됐던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2월 22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부부애에 대한 내용입니다. 젊은 시절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2015년 맏아들도 잃은 등 슬픈 가족사를 가진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의 부인 질 여사와 금슬이 좋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2021년 2월 22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222/105544130/1


지방 방문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과 키스하는 질 바이든 여사. 백악관 홈페이지




‘PDA.’

요즘 미국에서 화제의 단어입니다. ‘Public Display of Affection’(공개적인 애정 표현)‘의 약자입니다. PDA가 유행어가 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 때문입니다. 무척 냉랭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는 달리 바이든 부부는 공개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며 애정을 과시합니다.


“I’m gonna sound so stupid, but when she comes down the steps, my heart still skips a beat.”(내 말이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그녀가 계단을 내려올 때 아직도 내 심장은 쿵쾅거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결혼 생활 40년이 지났지만 아직 첫사랑을 앓는 사춘기 소년 같은 마음을 고백합니다. ”그녀가 계단을 내려올 때 아직도 내 심장은 쿵쾅거린다.“ 좀 유치한 고백이라는 걸 본인도 아는지 ”내 말이 바보같이 들리겠지만“이라고 사전 경고까지 합니다. ‘heart skips a beat’는 ‘심장이 박동을 건너뛰다’ 즉, ‘막 빨리 뛰다’라는 뜻입니다. 로맨틱한 상황에서뿐만 아니라 놀라거나 무서워 심장이 벌렁거릴 때도 씁니다.


“I married way above my station.”(나는 정말이지 급이 높은 사람이랑 결혼했어)


대선 유세 때 연설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갑자기 시위대가 접근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부인 질 여사가 경호요원보다 더 날쌔게 시위대를 막아서며 남편을 보호했습니다. 아내가 고마운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정말이지 나보다 급이 높은 사람이랑 결혼했어“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가문 외모 경제적 지위 등 여러 면에서 자신보다 조건이 나은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을 ‘marry above my station’이라고 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marry below my station’이라고 합니다.


“How do you make a broken family whole? The same way you make a nation whole. With love and understanding.”(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하게 만드냐구요?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요.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됩니다)


과거 고교 교사였던 질 여사는 자신이 가르쳤던 학교에 남편과 함께 방문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하게 만드냐구요?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요.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건 화합의 메시지가 국가뿐 아니라 가정에도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