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는 경찰 내 훈련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하잖아요. 실전 대응을 위한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달 2일 경남 하남시 한 무도 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경기도 일선서 A 경장(39)은 주짓수를 활용한 제압 동작을 연습하며 이 같이 말했다. A 경장은 “2달 전 경기 광주시 한 빌라에서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올 1월부터 배운 무도술이 빛을 발했다”고 했다. 좁은 복도 탓에 경찰봉을 휘둘러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갑작스럽게 달려든 남성을 무도로 제압해 경찰과 인근 주민의 피해 없이 상황을 마무리했다.
● 현장 대응력 기르기 위해 무도 배워
이처럼 최근 현장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무도 학원에 다니는 경찰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인천 층간소음 사건’ 이후 경찰이 현장대응력 강화 대책을 마련했지만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경찰 내 훈련만으로는 실전 대응 기술을 익히기 부족하다며 자체적으로 무도관을 다니며 현장 대응력을 키우고 있는 것.
서울 일선서 B 순경은 “지난해 입직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으로만 훈련을 받아 실전 대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무도 학원에 등록했다”며 “강의식이라 실전 동작을 연습할 기회가 적은 경찰 내 훈련보다 실제 동작을 연습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일선서의 C 순경은 “체포술도 운동처럼 매일 몸에 익어야 어떤 현장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수강 동기를 밝혔다.
무도장 관장 안철웅 씨(40)는 “올 1월부터 총 10명의 경찰이 수강하고 있다”며 “경찰 훈련만으로는 1:1로 대련하거나 현장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한계가 있다며 찾아오는 경찰들이 많다”고 했다.
● “두 달에 1번 훈련만으로는 현장 대응력 키우기 부족”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30일 ‘경찰 현장대응력 강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무도 훈련’을 ‘물리력 대응 훈련’으로 개편하고 월 1회 1시간 이상 소집 훈련을 격월 1회 2~3시간 이상 집중 훈련으로 변경했다. 기존 체포술에 더해 팀 단위 대응 훈련과 테이저건 실사 훈련도 추가했다. 개선된 물리력 대응 훈련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실시하다 올 5월부터 일선서 현장에 전면 도입됐다.
하지만 격월 1회 수준의 물리력 대응 훈련만으로 대응력을 높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D 경장은 “훈련 시간이 2시간으로 늘긴 했지만 많은 수강생이 정해진 시간 내 일대일 실습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고과 점수를 채우기 위해 놀다 온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 경찰의 경우 야간 교대 근무와 외근이 잦아 모든 경찰이 만족할만한 훈련 빈도와 일정을 정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현장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물리력 대응 훈련을 개선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