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 보수단체가 진행하는 집회 소음으로 인한 주민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5.24.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사저 울타리까지였던 기존의 경호 구역이 울타리로부터 최장 300m까지로 늘었다. 집회·시위자들의 위협으로부터 문 전 대통령과 가족을 보호하려는 의도다. 야당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 尹대통령, “평산 사저 경호구역 확대하라”
대통령 경호처는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의 경호 구역을 확장해 재지정했다”며 “평산마을에서의 집회 시위 과정에서 모의 권총, 커터칼 등 안전 위해요소가 등장하는 등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평산마을 주민들의 고통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저 울타리까지였던 기존의 경호 구역이 울타리로부터 최장 300m까지로 확장됐다. 경호처는 경호 구역 확장과 동시에 구역 내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교통통제, 안전조치 등 경호경비 차원의 안전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대통령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22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19일 김진표 국회의장 등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에서 평산마을에 대한 경호 강화 조치를 윤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도 계기가 됐다. 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인 시위가 너무 가까운 곳에서 과격화돼 잘못하면 여야 간에 정치적으로 ‘사건화’할 수 있으니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니, 윤 대통령이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 후 김종철 경호차장에게 직접 평산마을로 내려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고충을 청취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자택에서 평산마을 일상회복 기원 집회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2.7.17 뉴스1
이 같은 행보는 취임 초던 6월 7일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며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해 야권의 반발을 샀던 것과는 달라진 자세다. 이에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의장단 만찬으로 협치의 시동을 건 데 이어 문 전 대통령 사저 경호 강화로 국민통합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 민주 “늦었지만 환영” 입장…“시위 등 전면 통제는 어려울 듯”
야권에서는 환영입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 대통령과 평산마을 주민의 고통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늦었지만 합당한 조치”라며 “김 의장과 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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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