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유전공학 적용한 벼 개발, 비료 없이도 생육 상태 차이 없어 물 덜 사용하는 식물 연구도 활발 탄소 흡수하며 손실되는 수분 적어 온난화로 인한 가뭄에도 문제 없어 다른 유전자 주입 GMO와 달라 유전자 교정 작물 규제 완화 추세
에두아르도 블룸왈드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오른쪽) 식물과학부 연구팀이 벼 유전자 교정 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제공
에두아르도 블룸왈드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교수 식물과학부 연구팀은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땅속의 질소 대신 공기 중 질소를 자양분으로 삼는 벼를 개발했다.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를 만들어내는 질소 비료를 토양에 뿌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비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가능성을 제시한 이 연구 결과는 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플랜트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통해 발표됐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5%를 배출하는 농축산업에서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이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농업 분야 기후변화 대책인 ‘AIM4C’라는 국제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고 있다. 유전공학 기술을 통한 농업 혁신이 이니셔티브의 목표 중 하나다.
○ 유전공학 기술로 농축산업 온실가스 감축
전문가들은 농업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 인구 증가로 식량 수요가 늘면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제초제와 비료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도 함께 늘어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작물 생산량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쌀 생산량이 최대 20%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제초제와 비료를 사용해야 하며 이는 다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4월 공개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제3 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과 임업, 토지 이용 분야에서 연간 8∼14Gt(기가톤·1Gt은 10억 t)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벼 외에 다른 식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블룸왈드 교수는 “식물은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한 화학 공장”이라며 “과도하게 사용되는 질소 비료를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유전자 교정으로 물 사용도 줄인다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 물을 덜 사용하는 식물 종자를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과 영국, 호주, 중국, 이스라엘 국제 공동 연구팀은 8일(현지 시간) 동일한 토양 조건에서 심어도 수분 함량이 약 7.6%포인트 더 높은 유전자 교정 식물을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실험식물학’에 밝혔다. 물 사용이 적은 작물에 대한 단서를 제시한 것이다식물은 전 세계 담수 사용량의 70%를 사용한다. 지구 온난화로 일부 지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토양의 수분 고갈 현상이 더 악화되고 있다. 식물은 기공이라는 잎의 구멍을 열어 탄소를 흡수한다. 기공이 열리면 식물이 흡수한 물도 빠져나갈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식물은 탄소를 흡수하는 것과 수분 손실 사이에서 절충안을 택하게 된다.
연구팀은 기공이 열릴 때 식물이 흡수한 물을 붙잡고 있을 수 있도록 유전자를 교정했다. 연구팀은 “담배와 콩, 쌀, 대두 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모두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며 “탄소 흡수를 늘리면서도 물 사용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이 적용된 작물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다른 종의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는 방식이어서 기존 유전자변형식품(GMO)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등이 유전자 교정 작물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국립식품농업연구소는 “유전자 교정은 작물의 수확과 기능성을 함께 높이는 유전공학을 가능케 한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