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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없는 초박막 전자피부 개발… “우수한 민감도로 정밀 진단 가능”

입력 | 2022-08-22 03:00:00

반도체 대신 ‘표면탄성파 센서’ 사용
압력을 정보로 바꿔 전력 필요 없고
감도 높아 기존 제품보다 37배 민감



한국인 연구자가 주축이 된 미국과 한국, 중국 국제 연구팀이 개발한, 칩이 없어도 무선통신 기능이 있는 초박막 전자피부를 그래픽으로 나타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제공


한국인 연구자가 주축이 된 국제 연구팀이 칩이 없어도 무선통신 기능이 있는 초박막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칩이 있는 기존 전자피부와 비교해 훨씬 더 유연하며 전력 소모가 적은 게 특징이다. 피부에 붙여 사람 맥박이나 피부 상태 측정 등을 위한 웨어러블 장치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료공학과 교수와 한지연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칩이 없는 초박막 전자피부를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9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과 연한울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 박정원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등도 연구에 참여했다.

최근 신축성이 있는 전자 소재의 발전으로 전자피부를 활용한 건강 모니터링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피부에 유연하게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치로 생체 신호를 무선으로 측정하고 이를 모니터링해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기술이다.

무선 전자피부에는 보통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 장치의 감도와 직결되는 산술 연산, 정보 기억, 제어 등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칩은 장치 전체의 유연성을 손상시키고 칩 자체의 전력 소비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칩이 없는 형태의 무선 전자피부도 개발됐지만 성능이 떨어진다. 김 소장은 “칩이 없는 전자피부는 소자의 성능을 결정하는 전자 이동도가 낮다”며 결국 칩이 없는 전자피부는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감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다양한 기능이 필요한 미래의 웨어러블 장치에는 여러 개의 칩이 들어가야 하는데 딱딱한 칩을 여러 개 활용한 웨어러블 장치는 사용자에게 더 큰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연구팀은 아주 얇은 표면탄성파 센서로 칩을 대신했다. 표면탄성파 센서는 높은 감도와 빠른 반응성을 장점으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센서다. 센서 표면을 따라 전달되는 음향파가 표면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아 속도나 진폭 등이 바뀌면 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일종의 압력센서로 특별한 전력이 필요 없다.

연구팀은 표면탄성파 센서에 질화갈륨 필름을 덮었다. 질화갈륨은 넓은 밴드갭을 가지는 반도체다. 전체 두께가 약 25F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정도로 아주 얇아 피부에 붙여도 불편함이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렇게 개발한 전자피부는 기존 칩이 없는 전자피부보다 약 37배 더 민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개발한 전자피부가 땀이나 자외선, 이온 농도 감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사람 피부 상태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도 개발해 실증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피부 임상 연구를 위해서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 장소에서 고가의 진단 장비로 측정해야 했지만 이 전자피부를 활용하면 정밀한 피부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전자피부의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센서의 민감도가 우수하며 굴곡진 피부에도 부착 가능해 언제 어디서든 무거운 장비 없이 개인의 피부 상태를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다”며 “연구 성과를 설화수 등 주요 브랜드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