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꼭대기서 이색 피서 123층 전망대보다 높은 ‘랜턴부’… 남산타워-한강 다리 야경 한눈에 1000명 중 추첨 선발된 20명, 매트 위 누워 슈퍼문-유성우 감상 안전 위해 잘 때도 하네스 착용해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최상부층에 ‘도심 속 캠핑’이라는 주제로 열린 ‘써머레스트 2022’ 행사에 시민들이 참여해 도심 야경을 즐기고 있다. 참가자들은 안전 로프로 고정된 침낭과 매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주일 만에 비가 그친 12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광장에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였다. 잠시 뒤 타워 꼭대기에서 열리는 ‘비바크 체험’에 도전할 참가자들이었다. 비바크는 텐트 없이 지형지물에 의지해 밤을 지새운다는 의미의 독일어 ‘biwak’에서 유래한 말이다. 보통은 전문 산악인들이 침낭만 깔고 산에서 자는 걸 의미하는데, 이날은 555m 롯데월드타워 꼭대기가 비바크 장소가 됐다.
12일 국내 최고층인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이색 체험행사가 열렸다. 서울 시내 가장 높은 곳에서 매트와 침낭만 놓고 잠을 잔다는 이색 콘셉트가 인기를 끌면서 롯데월드타워 공식 인스타그램 참여자 모집 게시글에 1000개 넘는 신청 댓글이 달렸다. 올해는 이 중에서 추첨 선발된 20명이 참가 기회를 얻었다. 무더위를 잊을 만큼 눈부신 도심 야경이 펼쳐지는 지상 555m 현장을 이들과 함께 직접 올라가 봤다.
○ 국내에서 가장 높은 ‘루프톱’에서의 하룻밤
써머레스트 행사가 진행된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는 항공기가 부딪히지 않도록 빛을 내는 조명이 설치된 33m 탑 형태의 구조물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랜턴부에 발을 내딛자 남산타워부터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지상에선 올려만 보던 곳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왕복 10차로 도로와 한강 다리들은 핏줄처럼 퍼져 있었다. 마치 항공기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좁은 유리창을 통해서가 아니라 탁 트인 실외에서 생생히 서울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루프톱’인 셈이다. 행사에 참석한 유튜버 오모 씨는 “인생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며 들떴다.
○ 하네스 찬 채 비바크 하는 이색 여름휴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장치는 랜턴부에 머무는 내내 철저하게 착용했다. 참가자 전원은 등산용 벨트 하네스를 착용하고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안전 로프에 고리를 건 채 이동했다. 재난 탈출 액션영화 ‘엑시트’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가방과 지갑 세안용품 등 소지품은 별도의 보관 장소에 맡겨야 했다. 오직 휴대전화만 목에 건 채 사용할 수 있었다.취침할 때도 뒤척이다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매트와 침낭, 베개도 안전 로프로 고정하고 하네스를 착용한 채 자야 했다. 처음엔 상쾌하게 느껴지던 바람도 밤새도록 맞으니 시리고 얼얼했다. 지상 555m에는 가을도 더 일찍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참가자들은 카디건을 꺼내 입거나 침낭 지퍼를 머리끝까지 올린 채 잠들었다.
이튿날 오전 5시 40분경 일출 시간이 되자 알람을 맞춰둔 참가자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아쉽게도 구름이 자욱해 일출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참가자 이모 씨는 “멀리 보이는 능선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 같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한산했던 잠실대교를 차들이 하나둘 채우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 서울이 깨어나는 풍경을 뒤로하며 참가자들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재미’ ‘즐거움’이 소비와 직결되는 시대, 타워 꼭대기에서의 비바크와 같은 이색 이벤트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 되고 있다. 지상 광장에도 다채로운 ‘써머레스트(SUMMEREST) 2022’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써머레스트는 롯데물산이 2019년부터 ‘도심 속 캠핑’을 주제로 진행해온 여름행사다. 시민들은 서핑보드, 해먹, 캠핑 타프(그늘막) 등이 설치된 잔디 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여유롭게 버스킹 공연을 관람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시민들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타워에서 도심 속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