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에서는 모술댐이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3400년 전 ‘자키쿠(Zakhiku)’로 추정되는 고대 도시의 유적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키쿠는 기원전 1550년부터 기원전 1350년까지 약 200년간 지금의 이라크 북부 지역과 시리아 대부분을 지배했던 미탄니 왕국의 중심지다. 19세기에 독일인 슐리만은 고대 그리스 문화권의 트로이와 미케네 유적을 발굴했고 영국인 레이어드는 고대 아수르(아시리아)의 니나와(니네베) 유적을 발굴했다. 바로 이 니나와가 한때 미탄니 왕국의 지배를 받았다.
▷8월 들어 중국도 유례없는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양쯔강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면서 약 600년 전인 명나라나 청나라 때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 3개가 발견됐다. 양쯔강은 강이라기보다는 바다라고 할 만큼 크다. 양쯔강은 해구(海丘)처럼 바닥에서 7m 높이로 솟아 있는 바위 언덕을 품고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불상은 그 바위 언덕 맨 위쪽의 솟은 부분을 깎아 석굴과 함께 만든 것이다. 강을 지나는 배들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최악의 가뭄으로 스페인에서는 ‘과달페랄의 고인돌’로 불리는 5000년 전 거석 수백 개가 서부 카세레스주의 발데카냐스 저수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고대 켈트족은 유럽의 대서양 연안을 따라 아일랜드로부터 영국 콘월, 프랑스 브르타뉴,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에까지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그런 흔적 중 하나가 거석(巨石) 문화다. 영국에는 스톤헨지, 프랑스에는 카르나크 열석이 있다. 과달페랄의 고인돌은 스페인의 스톤헨지라고 불릴 만큼 신비스러운 모습을 지녔지만 1963년 프랑코 독재 치하에서 인공 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안타깝게 물에 잠겼다.
▷강이 마를 때 강바닥 돌에 사람들이 연도와 이름을 새겨넣은 기근석(饑饉石)이란 게 있다. 엘베강과 다뉴브강 곳곳에서 기근석이 보일 정도이다 보니 수천 년 전 수백 년 전 문화 유적도, 인공저수지에 묻은 유적도,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때 침몰한 군함과 누군가 몰래 유기한 시신의 유골까지 오만 것이 다 드러난다. 한 길 물속에 비밀이 참 많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