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전 한국수자원공사 처장
팔당댐은 서울 및 수도권 주민들의 젖줄이다. 팔당취수장은 하루에 약 500만 t을 취수하고, 국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600여만 명의 생활용수와 수도권 지역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그런데 이 팔당댐이 중병을 앓고 있다.
국지적 극심한 가뭄과 대홍수, 지진, 폭염…. 기상이변은 이제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기상이변으로 물과 관련된 재해도 급격하게 늘었다. 올해만 하더라도 수도권과 중부엔 물 폭탄이 쏟아지는데 영남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의 빈번함과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수계 수자원 시설의 심각한 노후이다. 수도권의 용수 공급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그 모든 문제의 시작이 팔당댐이다.
팔당댐은 높이 29m, 제방 길이 510m, 총저수량 2억4400만 t 규모다. 건설한 지 50여 년이 지났다. 아파트로 따지자면 최소한 20년 전에 재개발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2020년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실시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9개 발전댐 중 월류 위험성이 최하 등급인 E등급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그 위험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감사원은 2017년 8월 “감사 결과 댐에 물이 넘치거나 물의 힘과 유목(流木)에 의해 수문이 회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내진 등급을 보강했지만 물 넘침과 수문 전도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수문 하나만 고장이 나도 댐 수위 저하로 취수에 치명적 타격이 된다. 또한 시뮬레이션 결과 팔당댐 붕괴 시 몇 분 이내로 물길이 잠수교에 도착하고 한강변 일대 상당 지역이 수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당댐의 무거운 짐을 덜어줘야 한다. 팔당댐에 집중된 상수원의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취수원 다변화를 한때 정부가 검토하기도 했지만, 수도권에서 대유량의 물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따로 없는 현실이다. 시간만 흘러가고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팔당댐 내 취수장의 취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 팔당댐 하류 약 2.5km 지점에 기존 팔당취수장의 취수 가능 높이인 최고수위(HWL) 25m의 보(洑) 또는 스톱로그(STOP LOG) 개념의 댐을 건설하는 것이다. 평소엔 상시 개방, 비상시에만 수문을 닫는 구조다. 팔당댐과 팔당대교 사이에 댐을 건설하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팔당댐 취수의 취약성은 해소할 것이다. 더불어 댐 상부를 도로로 사용하도록 건설하면 팔당대교 방향의 만성적 교통난 역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전 한국수자원공사 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