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주년] 韓中 MZ세대들 정치-사회 심층토론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가 탄압을 받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태를 보며 중국은 말을 잘못 하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나라라는 생각에 불신이 커졌습니다.”(한국인 직장인 동석·가명)
“건드리면 안 되는 특정 부분이 있긴 하지만 중국에 살면서 자유롭지 않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한국은 지나치게 자유로운 것 같아요. 누구나 대통령 비난을 많이 해서 놀랐어요.”(중국인 대학원생 슈잉·가명)
12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중국인 참가자들(왼쪽 3명)과 한국인 참가자들(오른쪽 3명)이 한중 간 인식 차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성균중국연구소는 한중 2030세대 10명씩 총 20명을 심층 인터뷰한 뒤 토론자 12명을 선정했다. 가운데는 본보와 함께 토론을 진행한 성균중국연구소 장영희 연구실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정치체제·표현의 자유 두고 격렬 논쟁
―동석: 국가가 꼭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하나요? 지금은 국민 수준이 높아져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예요. (한국에선 중국과 달리) 문제가 생기면 선거로 심판할 수 있으니 다행이죠.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지윤도 입을 열었다.
―지윤: 정치는 원래 시끄러워야 해요. 비판도 필요하고요. 한국은 중국공산당처럼 지도자 한 명이 모든 것을 이끌어가길 원치 않아요.
―슈잉: 국제 이슈가 있을 때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이 입장을 말하면 믿음이 가요. 그런데 한국에선 정부 발표를 야당이 부정하고 가끔은 (정부) 스스로도 부정하고…. 제가 이렇게 말하면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사상교육을 너무 잘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실제로 한국의 정치체제가 전혀 부럽지 않아요.
―동석: 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얻고 있는 80%라는 지지율이 과연 진정한 지지를 뜻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타오: 한국에서는 퇴임한 대통령을 너무 심하게 ‘청산’해서 혼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중국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 한국 대통령’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해요.
―수현: 정치 보복이 반복돼온 것은 아쉽지만 평등한 사회에선 전직 대통령이라도 죄를 지으면 처벌하는 게 당연합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선 당시 한국 대학 캠퍼스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홍콩 지지’ 대자보를 훼손한 사건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정원: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통의 창구를 닫아버린 건 책임져야 합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융: 사드 배치는 미국이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서연: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방패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주변국들은 대부분 핵무기라는 ‘칼’까지 가지고 있지 않나요?
○ 김치·한복 논란 간극 못 좁혀
한국 2030세대들은 최근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논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중국 젊은이들은 “과장된 논란”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웨이: 한국 김치와 중국 쓰촨 파오차이(泡菜·채소절임)는 결국 비슷한 문화를 바탕으로 다르게 발전한 것인데 굳이 기원을 따지며 싸워야 할까요?
‘굳이’라는 표현에 한국 측 토론자들의 눈썹이 올라갔다.
―서연: 충분히 논쟁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중국이 벌여왔던 동북공정의 기조가 ‘(지금) 우리 지역, 우리 민족에게 일어났던 역사는 우리의 역사’라는 거잖아요.
―지윤: 한국인은 김치볶음밥에 김치찌개를 김치와 먹는 사람들이에요. 어릴 때부터 공유하던 한복과 김치가 사실 중국 것이었다는 주장은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에요.
중국 토론자들은 “배추김치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음식”이라며 “정상적인 중국인이라면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기에 한복도 중국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복·김치 논란은 한국의 오해”라는 중국 토론자들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주장”이라는 한국 토론자들 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 “민간 교류·대화 막히면 안 돼”
한중 MZ세대들은 뜨겁게 논쟁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편견을 일부 인정해 공감대를 넓혀가려는 모습도 보였다. ―수현: ‘중국인은 교양이 없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워낙 큰 나라에서 벌어진 지엽적인 사례들이 부각됐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융: 중국은 서양 열강의 침략과 내전을 겪다 보니 다양성을 추구하기보다 체제에 순응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토론자들은 한중 관계를 개선하는 길은 결국 대화와 교류라는 점에도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연우는 “정부 사이 정치적 긴장 관계로 민간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막히지 않도록 다양한 교류 플랫폼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웨이는 “언론이 양국의 정보를 좀 더 다양하게 보도한다면 갈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2030 심층토론 참석자한국인: 문경언(29) 박기배(25) 유시진(32) 임동준(24) 전유진(24) 최한별(22)
중국인: 가오천(27) 란닝(25) 쉬카이(25) 왕태얼(20) 원아이롄(26) 한청쉬엔(22)
참가자 명단은 실명으로 밝히되 기사에서 발언자는 참가자들의 의사에 따라 가명으로 표기
QR코드를 스캔하면 한중 MZ세대의 일대일 ‘솔직토크’ 영상(youtu.be/aG14T8JN60I)을 볼 수 있습니다.
특별취재팀
▽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특별취재팀
▽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