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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선 굽듯 섬세한 자세로”… 대통령실, 103일만에 개편

입력 | 2022-08-22 03:00:00

정책기획수석 이관섭, 홍보수석 김은혜, 안보실2차장 임종득
대통령실 쇄신 인선… 정책조율 강화
정책수석 신설, 2실장 6수석 체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정부 정책 전반을 조율하고 국정과제 이행을 이끌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에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임명했다. 새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는 윤 대통령의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전 의원이 임명됐다. 이로써 대통령실은 기존 ‘2실장-5수석’ 체제에서 ‘2실장-6수석’ 체제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통령실 직제 및 인적 개편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있다”며 개편을 시사한 뒤 나흘 만에 정책·홍보 라인을 중심으로 대통령실을 정비한 것이다.

이 신임 정책기획수석은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 수석은 지명 발표 뒤 “(윤석열 정부가) 당초 기치로 내건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고 국민통합을 이룩할 수 있는 그런 정부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신임 홍보수석은 윤석열 대선 캠프 공보단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선인 대변인 등 ‘윤석열의 입’으로 활동한 뒤 재기용됐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제대로 잘 전하는 가교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기존 최영범 홍보수석은 대외협력특보로 자리를 옮긴다.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의 후임에는 임종득 합동참모본부 비서실장이 발탁됐다.

김 실장은 “이번 인사가 무슨 문책성 인사나 그런 건 아니다”라면서 “조금 더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계속 바꿔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2실장 6수석 체제로 개편

이관섭 정책수석, 조율기능 강조… ‘尹의 입’ 김은혜 홍보수석 투입
김대기 실장 “5년간 쇄신은 계속”… 野 “인적쇄신 거부한 마이웨이”
주호영 “尹, 檢출신 너무 많이 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17일)을 기점으로 재정비된 대통령실에 새로 합류한 이관섭 신임 정책기획수석비서관(왼쪽), 김은혜 신임 홍보수석비서관(오른쪽), 임종득 신임 국가안보실 2차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21일 정책 조율 기능과 대국민 소통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일부 인적·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103일 만의 개편이다.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윤 대통령이 정치권 안팎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로써 일단 ‘일하는 체제’로의 대통령실 재정비를 마무리했다. 이제 9월 추석 전까지 정책 추진과 홍보에 박차를 가하며 지지율 반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 정책·메시지 혼선 방지에 초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신설된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에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내정하고,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김은혜 전 의원으로 교체하는 참모진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2실장-5수석’ 체제는 정책·메시지 혼선을 방지하는 데 방점을 찍은 ‘2실장-6수석’ 체제로 확장됐다.

정책기획수석 신설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을 계기로 도마에 오른 정책 조율 기능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정책기획수석 산하에는 비서실장 직속 국정과제비서관과 정책조정기획관 산하 기획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이 옮겨갔다. 기획에서부터 조율, 발표, 대국민 소통에 이르기까지 정책의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비서실장에게 쏠렸던 업무 부담을 정책기획수석이 일부 나눠 맡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신임 수석은 내정 직후 “많은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최근 들어서 굉장히 아쉬워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면서 “작은 생선을 구울 때처럼 섬세하고 신중한 자세로 정책들을 돌보겠다”고 말했다. 노자(老子) 도덕경 60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를 인용한 것으로, 생선(정책)을 함부로 다뤄서 고기가 상하고 국민이 고통받는 일을 막겠다는 얘기다.

신임 김은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8.2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 신임 수석은 대통령실과 정부의 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윤석열의 입’으로 재투입됐다. 최영범 전 홍보수석은 대외협력특보로 자리를 옮기고, 강인선 대변인은 유임됐다. 김 수석은 “보다 낮은 자세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바람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제대로 잘 전하는 가교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이 합류하면서 홍보 라인 내 업무 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당선인 대변인을 맡아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런 만큼 김 수석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대국민 소통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수석은 6·1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재산을 축소 신고한 의혹을 받고 있어 경찰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김대기 “쇄신은 5년간 계속될 것”
대통령실은 정치권 안팎의 쇄신 요구 속에 정책 조정과 대국민 소통 역량을 강화하는 선에서 일단 체제 정비를 마무리했다. 이번 개편을 놓고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국정 홍보의 미흡으로 좁게 진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검찰 출신을 너무 많이 쓴다. 아는 사람들 위주로 쓴다’는 점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장면도 여권 안팎에서 회자됐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이번 인사가 무슨 문책성 인사나 그런 건 아니다”라면서 “조금 더 (대통령실의)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계속 바꿔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상황에 따른 ‘수시 개편’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실장은 “지금 (윤 대통령의) 임기 5%가 지났다”면서 “국정 쇄신, 특히 비서실 쇄신은 앞으로 5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개편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뜻을 존중한 대통령의 민생과 민심에 대한 의지”라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한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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