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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30% 인상에도 계약…늘어나는 무보증 월세, 이유는

입력 | 2022-08-22 06:06:00

사진은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와 빌라 밀집지역. 2022.8.16/뉴스1


“부동산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은데 금리가 계속 올라 집값이 더 내려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져 답답합니다. 당장 집을 팔지도 못해 세입자와 갱신 또는 신규 계약 시 보증금을 월세로 최대한 전환할 생각입니다.”(직장인 김모씨·52)

“지금과 같이 경기 변동성이 큰 시기에 목돈이 묶일 수 있는 전세보다 무보증 월세를 고려하고 있어요. 현재 내는 대출 이자 비용 등을 따졌을 때 월세 전환 시 큰 차이가 없고 현금 융통이 오히려 가능하거든요.”(개인사업자 정모씨·40·여)

전세 시대가 가고 월세 시대가 오고 있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보증금이 없는 무보증 월세 증가가 눈에 띈다. 대부분 신규 계약이다. 갱신 거래의 경우 직전 계약보다 월세를 30% 이상 올린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무보증 월세 임차인은 목돈(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고액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층이 주를 이루며 양분됐다. 하지만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 해소를 요하는 집주인과 세입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월세(준월세·준전세 포함) 거래는 4만60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5219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서울 송파구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이자 부담·부동산 경기침체로 물건을 내놓은 집주인 중 일부가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연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반대로 전세 대출 이자보다 월세로 전환해 내는 비용이 저렴해 보증금을 줄이거나 보증금을 안 내고 월세로만 살겠다는 사람도 일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집주인·세입자 모두 이자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셈을 하느라 바쁜 모습인데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월세 전환 등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무보증 월세 증가가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무보증 월세 거래는 총 1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건)보다 3배가량 늘었다.

서울 용산구 소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보증금 없이 월세를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매물을 내놓겠다는 집주인도 있었다”며 “그동안 고소득자나 임대료를 지원받는 경우 등 수요가 한정됐지만 지금은 보증금 없이 순수 월세를 지향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월세 부담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규 계약 또는 계약갱신청구권 미사용으로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 등은 임대료 증액률이 5%로 제한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지난 6월 102.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6월 가격을 100으로 잡았을 때의 변동 폭으로, 현재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신고된 무보증 월세의 경우 대부분 신규 계약이었으며 갱신한 것으로 파악되는 계약 17건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갱신된 계약 중 일부는 월세 상승률이 33% 수준에 달했다.

실제 직전 보증금 없이 월세 450만원에 계약됐던 서울 중구 회현동1가 남산롯데캐슬아이리스 전용면적 133.98㎡(14층)의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가 지난 5월 600만원으로 월세를 올려 계약을 갱신했다. 또 직전 1000만원에 무보증 월세 계약이 맺어졌던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푸르지오써밋 전용 189.6783㎡(30층)는 연초 1300만원에 다시 계약이 체결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일부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 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길 요구하거나 신규로 다시 계약하자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을 경우 임대료 5% 상한 룰을 지키지 않아도 돼 상승 폭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