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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주택가격이 급락할 때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자율 변화와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자율 변화에 따른 충격 효과가 주택시장 급락 국면에서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행하는 계간 학술지 ‘부동산분석’ 최신호에 이런 내용의 논문 ‘이자율 및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게재됐다. 논문은 2019년 5월부터 2021년 9월까지 국내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가 43.7% 상승하면서 연평균 20%에 달하는 급등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완화가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인 점에 주목했다.
● 주택가격 급락기에 이자율 변동 큰 충격
22일 부동산원에 따르면 논문은 2006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실거래가격지수와 주택담보대출이자율, 주택담보대출 규모 등 3가지 변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택시장은 저변동성(정상)-급등(boom)-급락(crash) 등 3개 국면으로 나눌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주택시장 정상국면보다는 변동성이 높은 급등이나 급락기에 이자율과 대출의 영향이 커졌다. 또 급등국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가격 급락국면에서는 이자율이 각각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의 주택가격 급등국면(2020년 2월~2021년 9월)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월평균 0.74% 증가하면서 전체 기간(2006년 1월~2021년 9월)의 평균증가율인 0.58%를 크게 웃돌았다. 즉 최근의 주택가격 급등이 이자율보다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크게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논문을 작성한 이영수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주택가격 관련 정부 정책은 주택가격 급락기에는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피해야 하고, 반대로 주택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 심상찮은 부동산시장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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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8월 3주차(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9% 떨어져 지난주(-0.08%)보다 내림폭을 키웠다. 12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그동안 나홀로 상승·보합을 유지했던 서초구도 6개월 만에 다시 떨어졌다.
수도권(-0.10%→-0.12%)과 지방(-0.05%→-0.07%) 모두 내림폭이 확대됐다. 특히 수도권의 주간 단위 아파트값은 2013년 2월 2주차(-0.12%) 이후 약 9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지방에서는 전북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승세(0.01%)를 보였지만 전주(0.04%) 대비 오름폭은 작아졌다. 전주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던 강원(-0.02%)도 하락세로 바뀌었고, 제주(-0.05%)는 보합에서 하락으로 돌아섰다.
● 부동산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도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올해 3월을 전후로 2개월간 증가했다가 5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6월(1079건)에 1000건을 겨우 넘겼지만 19일 현재 7월(593건)과 8월(103건)의 등록건수가 1000건을 크게 밑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p) 이상 인상 여파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며 “아직 등록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남았지만, 거래건수가 1000건을 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투자심리도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수심리가 3개월 연속으로 떨어지며 약 2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3주차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3으로 전주(90.1)보다 0.8포인트(p)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주택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고, 다주택자의 중과 세율을 폐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매물이 줄어들고 있지만 매수 위축세가 지속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