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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호남 민심에 ‘비상’…강성 지지자 득세· ‘1인 정당화’ 우려

입력 | 2022-08-22 11:55:00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80%대 턱밑까지 치고올라가며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지만, ‘낮은 투표율’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지반기반인 호남권 투표율이 평균 투표율을 밑돈 것을 놓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반성없고 강성 지지파가 활개를 치는 ‘민주당을 향한 경고음’, 강성 대표로 대변되는 ‘1인 정당화 우려’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강경 지지층에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이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친명계에선 당원 숫자가 늘어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한다고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이다.

지난 21~22일 이틀간 열린 민주당 전북·광주·전남 순회경선 결과, 이재명 후보는 권리당원 누적 득표율 78.35%(20만4569명)를 기록하며 21.65%(5만6521명)의 박용진 후보를 50%포인트 넘는 격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율은 전북(34.07%), 광주(34.18%), 전남(37.52%)을 합쳐 평균 35.49%로, 전국 누적 투표율(36.43%)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권리당원 선거인단 117만9933명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남(42만1047명)의 투표 참여가 기대에 못 미친 셈이다.

낮은 투표율을 문제삼아온 박용진 후보는 2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임, 민주당 지금 상황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임”이라며 “감정적으로는 실망감이고 분위기 상으로는 절망적 체념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주류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BBS 라디오에 출연해 저조한 호남 투표율에 대해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큰 경고음”이라며 “승부가 거의 결정되다시피 하니까 별로 흥미를 못 끄는 측면도 있고 또 당의 일부 소수, 일부 강성 그룹이 과다 대표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전통적으로 뒷받침해왔던 당원들이나 당의 온건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뒷전에 밀려나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친문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 역시 전날 전남 연설회에서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나온 투표율이 참으로 충격적이고 무서운 숫자”라며 전북 투표율을 언급한 뒤 “당원이 당을 냉소하고 전당대회를 외면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두렵고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친명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낮은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실망과 불만이 반영된 것이지 이재명에 대한 비토라고 보긴 어렵다”며 “그나마 이재명에게 호남이 마지막 기대를 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는 결국 정공법”이라며 “이 후보가 말해온 ‘유능한 민주당’을 실제 성과로 보여줘 정치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투표율 ‘착시’ 현상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권리당원 선거인단 숫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투표자수는 늘어도 ‘모수’가 커짐에 따라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낮아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해찬 전 대표가 당선됐던 2018년 8·25 전당대회의 경우 권리당원 선거인단은 71만799명이었고 투표율은 34.68%(24만6496명 참여)이었다. 21대 총선 직후 권리당원 가입이 늘었던 2020년 8.29 전당대회 역시 권리당원 선거인단 79만6886명 중 투표율은 41.03%(32만6973명 참여)였다.

이번 전당대회 권리당원 선거인단 117만명으로, 2년 전보다 40% 넘게 늘어난 셈이다.

절대치로는 이미 지난 전당대회 투표 참여자수를 상회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도 사퇴한 강훈식 후보를 제외해도 현재까지 투표한 권리당원은 이재명 후보와 박용진 후보를 합쳐 26만1090명으로, 앞으로 남은 서울(20만6918명)과 경기(23만3599명) 순회경선에서 전국 평균 투표율(36.43%)만 나와도 역대 전당대회 권리당원 최대 투표수를 기록하게 된다.

실제 지난 호남 경선까지 이재명 후보의 누적 권리당원 득표수는 20만4569명(78.35%)로, 서울과 경기를 제하더라도 지난 2020년 전당대회 때 이낙연 전 대표의 득표수(20만8375명)에 근접하고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뉴시스에 “6년 전 2016년 전당대회만 해도 20만명이던 권리당원이 6배 가까이 늘어났다. 늘어난 선거인단 숫자만큼 투표율이 정비례해서 늘지는 않는다”며 “그만큼 민주당의 몸집 자체가 커진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