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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출신 신입생, 교내서 숨진채 발견…“읽지못한 책 많은데”

입력 | 2022-08-22 18:56:00

게티이미지


보육원을 나와 금전 고민을 하던 대학 신입생이 방학 중 홀로 지내던 기숙사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5분경 광산구에 있는 한 대학교 강의동 건물 뒤편 바닥에서 부패가 진행된 A 군(18)의 시신을 인근 농장주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 A 군이 지난 18일 오후 4시 25분경 건물 옥상에 혼자 올라가 추락한 정황을 파악했다.

A 군은 지역 모 보육원에서 자랐으며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하면서 거처를 학교 기숙사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를 통해 “A 군이 보육원을 나올 때 받았던 지원금 약 700만 원 가운데 상당 금액을 써버렸다. 금전 고민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A 군이 보육원 퇴소 당시 받은 자립 지원금 대부분을 대학 등록금과 1~2학기 기숙사비 등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 군은 최근 보육원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힘들다’며 향후 자립 생활과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은 방학을 맞아 동급생 대부분이 집에 가면서 사고 당일 기숙사 방에 홀로 남아 있었다. A 군이 생활한 기숙사 방에서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의 짧은 글이 적힌 쪽지가 나왔다. 추락 전 그가 머문 강의실에서는 술병 등이 발견됐다.

A 군의 장례는 그가 지내왔던 보육원 측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보육원은 이날 A 군의 시신을 경찰로부터 인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이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나와 홀로 서는 과정에서 사회 적응을 힘들어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