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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빌딩 급격 하락세… 감정가보다 낮은 급매물 속속 나와

입력 | 2022-08-23 03:00:00

기준금리 인상-부동산 침체 ‘부담’…“저렴한 건물도 한달 넘게 매수 없어”
강남권 빌딩 3.3m²당 평균가 7.1%↓…“서울 외곽 하락 본격화땐 강남 영향”




4년 전인 2018년 서울 도봉구에 있는 5층 건물을 60억 원대에 매입한 50대 김모 씨는 지난달 건물을 급매로 내놨다. 당시 대출 30억 원을 받았는데, 연 8000만 원 안팎이던 이자 부담이 최근 1억3000만 원을 넘어섰다. 이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는 연간 1억5000만 원. 아직 임대료 수익이 이자 부담보다 높지만, 한 층에서라도 공실이 발생하면 적자를 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 씨의 매각 희망가격은 최소 75억 원으로 현재 시세(약 90억 원)는 물론이고 감정가격인 83억 원보다도 낮다. 이 매물을 담당하는 A 빌딩중개법인 관계자는 “감정가격보다도 저렴한 급매물인데도 한 달 넘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꼬마빌딩의 인기가 최근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시세는 물론이고, 감정가격보다 저렴한 급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권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임대료 수익은 제한적인데 기준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며 꼬마빌딩 입지가 흔들리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물 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기 고양시에 4층 건물을 보유 중인 40대 이모 씨는 매달 대출 이자로 700만 원씩 내고 있다. 월 임대 수익(680만 원)보다도 많다. 3년 전 건물을 매입하며 받은 대출액은 20억 원. 당시 연 2%대 후반이던 대출 금리가 최근 4%를 넘으며 적자를 보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건물 시세가 45억 원 정도인데 감정가격(40억 원)보다도 낮은 35억 원에 매각할까 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권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토지건물 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1∼7월 매매가격 10억 원 초과 50억 원 이하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업무상업시설 3.3m²당 평균 가격(연면적 기준)은 4305만 원으로 전년(4633만 원) 대비 7.1% 하락했다. 2020년과 2021년 가격 상승률은 각각 16.7%, 43.7%였다.

지난해부터 교대역 인근 75억 원 규모의 꼬마빌딩 매입을 계획하던 50대 박모 씨도 이달 들어 마음을 바꿨다. 현금 40억 원과 대출 35억 원을 합해 빌딩을 사들이려 했지만, 올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다. 이 씨는 “건물 임대 수익은 매년 1억1200만 원가량인데 대출 금리가 4.5%면 이자만 매년 1억5700만 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손해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꼬마빌딩 시장 침체가 강남권까지 번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부동산팀장은 “강남권은 가치 상승 기대감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지역이지만 추가 금리 인상으로 서울 외곽 꼬마빌딩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면 강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