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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자리잡은 재택근무… 전기-통신비 등 업무비용 규정 마련해야

입력 | 2022-08-23 03:00:00

업무 효율 향상돼 선호 높지만, 추가비용 부담엔 불만 목소리
원칙적으로 회사가 추가비용 내야
독일-스페인 등은 이미 기준 마련
비용 처리 대상-범위 법제화 필요



게티이미지 코리아


서울에 사는 30대 회사원 A 씨는 일주일에 2, 3일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한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회사가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한 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시간 정도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가급적이면 재택근무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료, 수도료 등 집에서 쓰는 생활비도 덩달아 늘어나 점점 재택근무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

코로나19로 도입된 재택근무가 산업계에서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통신(IT) 업계에서는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이미 보편적이다. 근로자 사이에선 시간 활용도와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평가와 전기료 등 추가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불만이 엇갈리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함께 갈수록 확산하는 재택근무에 맞춰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청년층 선호로 재택근무 확산 추세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7∼9월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 620곳을 실태조사 한 결과 10곳 중 7곳(75.2%)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6.8%는 ‘현 수준으로 계속 재택근무를 시행하겠다’고 답했고, 48.4%는 ‘현재보다 축소한 형태로 재택근무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재택근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재택근무 확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플랫폼 캐치가 최근 20대 취업준비생 1067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62%)은 직장을 선택할 때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인지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설문 참여자 중 68%는 재택근무를 해도 사무실에서 누리던 복지를 동일하게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회사가 재택근무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복지(복수응답)로 ‘일할 때 필요한 장비, 기기 제공’을 선택한 응답자(80%)가 가장 많았다. 이어 ‘사무실 근무 시 제공했던 식대와 간식비용을 똑같이 제공’(35%) ‘재택근무 중 발생하는 전기료, 수도료 등 추가 비용까지 회사에서 지원’(16%) 등의 순이었다.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사가 재택근무자에게 노트북 등 PC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보편화할수록 근로자들이 제반 비용을 요구하는 등 재택근무를 둘러싼 기업과 근로자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재택근무 추가 비용은 기업이 원칙적 부담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해외에서는 관련 규정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재택근무제에 관한 해외 입법·정책 사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2020, 2021년 재택근로와 원격근로 관련 법제화가 이뤄졌다. 원격근무 등 모바일 노동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도 포함됐다.

스페인의 경우 2020년 9월 ‘원격근로에 관한 긴급 입법’이 제정돼 재택근무를 할 때 필요한 장비와 소모품, 그 밖의 비용에 대해 회사 측이 부담할 금액 등을 정하도록 규정했다. 스위스에서는 회사가 재택근무자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할 때 개인 주거지를 업무용으로 사용한 데 따른 보상을 포함하도록 한 2019년 연방대법원 판결이 뒤늦게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도 고용노동부가 2020년 9월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을 만들었다. 재택근무를 실시할 때 도입 절차와 관리 방안, 예상되는 법적 쟁점 등을 정리한 것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원칙적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재택근무자에게 교통비와 식비를 제공할 필요는 없지만 추가 발생할 수 있는 통신비, 소모성 비품 등은 사업주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기·통신비의 경우 업무 사용분과 사적 사용분을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택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매뉴얼로 필요한 부분을 규정하고 있지만 추후 해외 법제화 사례를 참고해 재택근무 관련 쟁점들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