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역사에서 암살은 끊이지 않아왔다. 1990년대 혼란기는 국내에서, 최근에도 우크라이나에서 기업인과 언론인을 암살하는 일이 잦았다.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의한 친러 인물에 대한 암살이 빈번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러시아에서 다리아 두기나가 암살된 것은 사례는 이 같은 암살의 역사에서 이례적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차량을 폭파시키는 암살 방법은 1990년대 모스크바에서 자주 등장하던 방법이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차량 폭탄 암살은 크게 줄었다.
러시아 정부가 최근 몇 년 새 다양한 암살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악명이 높지만 이는 주로 정적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두기나 살해는 러시아 엘리트들의 별장이 모여 있는 모스크바 교외 루블료브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친정부 정치 평론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텔레그램 채널에 “루블료브카가 떨고 있다. 이번 테러행위는 그들을 겨냥해 ‘조심해라 다음은 네 차례’라는 메시지”라고 썼다.
두기나 암살 사건 전말이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러시아 국영 TV는 폭발이 매우 강력해 인근 주택들의 유리창이 모두 깨졌다고 전했다.
두기나의 측근이자 친정부인 평론가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난했다. 반면 일부에선 러시아 정부가 푸틴이 전쟁을 악화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비난한다.
무엇이 진실이든 이번 사건은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빈발해온 암살의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이번 사건 이전까지 러시아에서 발생한 가장 유명한 암살 시도 사건은 2020년 푸틴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였다.
당시 소련시대에 개발된 군용 신경독이 사용돼 러시아 정부가 의심돼왔다. 푸틴의 정적 또는 측근이 암살 대상이 된 사례들도 있다. 2015년 보리스 넴초프가 크레믈린궁 밖에서 살해된 것은 물론 2006년 모스크바에서 언론이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가 저격된 사건, 2019년 베를린에서 체첸 분리주의 지도자 젤림한 한고슈빌리가 저격된 사건 등이 있다.
반면 푸틴 측근 인사들 중에는 암살된 사례가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공개적으로 친러 입장을 밝힌 유명 언론인 올레스 부지나가 2015년 피살됐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