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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尹대통령 ‘신군부’ 비유 탄원서 제출…“절대자가 사태 주도”

입력 | 2022-08-23 11:32:00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신군부(新軍部)’에 비유하며 가처분 인용을 호소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A4 4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에 1980년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서울역에서 회군했던 사람들이 광주에서 발생한 비극을 보고 그 짐을 나눠 짊어지지 못한 것을 평생 자책하는 것을 보면서 작금의 정당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제가 짊어질 수 있는 만큼은 짊어지고 후회로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사에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伏地不動)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주도한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 잡힌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고 그 비상선포권은 당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뇌리의 한구석에서 지울 수 없는 위협으로 남아 정당을 지배할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신군부에 비유했다.

그는 “올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와 저에 대한 경찰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도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며 “그것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의 텔레그램 내용이 노출된 이후 해명보다는 언론을 통해 대통령실에서 당 지도부에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의견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나왔고 다음날 비대위 전환에 반대했던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내 인물들이 마음을 바꿨다”며 “특히 대통령이 휴가 간 기간 군사작전과 같은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정당과 대통령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는 것을 확인했다”고 썼다.

그는 “정치에서 덩어리의 크고 작음에 따라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신념과 원칙을 지킨 사람이 이기는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며 “지난 1년 당 대표를 하면서 과거의 방식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답습하는 것에서 정치를 하는 의미를 찾지 못해 싸웠다. 저도 언젠가는 현실과의 타협을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늘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전 대표는 “법을 잘 모르고 당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마음에 절박함만 더해가는 제가 부족하지만 하소연을 보탤 곳이 없어 밤중에 펜을 잡아 올린다”며 “존경하는 재판부의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존중하겠다. 정당의 일을 정치로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사법부의 조력을 간절히 구한다”고 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