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 잡고 약자 보호하는데 월급까지…검사 매력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신임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검사의 일은) 진실을 규명하고, 수사해 밝혀서 증거를 찾고, 증거로 재판을 해서 판사를 설득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라며 “이 일을 잘하는 게 개혁”이라고 말했다.
23일 법무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 장관은 19일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임검사들을 상대로 진행한 특강에서 ‘실력 있는 검사’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 장관은 “항상 저는 세 줄로 설명하는 습관을 가졌다”며 “제가 세 줄로 표현이 안 되는 거라면 뭔가 이 상황 자체가 파악이 안 된 것이다. (상황 파악이 안 되면) 여러 가지 정보를 모으는 것이 1단계”라고 했다.
“검사, 나쁜 놈 잡고 약한 사람 보호하는데 월급까지 받아…불이익 감수하고 싸워볼 만큼 매력적”
한 장관은 검사가 좋은 직업인 이유에 대해 “진실을 규명해서 나쁜 놈을 잡고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데 월급을 주는 데가 어디에 있나”라며 “우리는 일상생활이 그것이다. 그래서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그것을 과소평가 하지 마시라. 그게 우리 직업이 가지고 있는 백미 중 하나”라며 “그걸 즐기시라. 저는 20여 년간 있으며 그걸 잊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사로서의 보람에 대해선 “약한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줬을 때 그 기쁨이 굉장히 크다”며 “저는 그걸 여러분께서 빨리 느끼시고, 그것을 대단히 즐기시길 바란다. 그러면 여러분은 이 직업에 맞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게 다른 모든 것을 걸고, 내 불이익이라든지 그런 걸 감수하고 싸워볼 만큼 매력적”이라며 “인생을 걸 만하다. 저는 그랬다. 여러분도 그런 기분을 한번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큰 결정은 과감하고 심플하게…작은 결정은 부드러우면서 좌고우면해야”
한 장관은 또한 “저는 큰 결정은 과감하고 심플하게 하되 작은 결정은 부드러우면서 좌고우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경계해야 될 건, 이게 바뀌는 사람들이 많다. 큰 결정을 할 때 좌고우면 하는 것이다. ‘내가 다음 번에 서울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그게 영향을 받으면 이게 꼬인다. 이렇게 하면 정치 검사”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정치 검사가 정치 권력이라든지 그런 쪽에 자기 개인이나 조직을 위해 복속하는 검사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되기 쉽다. 제가 봐 왔던 바로는 그렇다”며 “그러니까 큰 결정은 과감하고 명분이 되어주면 되는 거고, 그 결정한 이후 이것을 실현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좁게 결정하는 게 맞다. 이게 뒤바뀌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좋은 검사, 글 잘 쓰고 말 잘 해야”
좋은 검사의 필수 조건에 대해서는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검사는) 설명하는 직업이고, 설득하는 직업이라는 말”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저 사람이 못 알아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설득해야 하는 직업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을 내야 한다”며 신문을 읽으라고 조언했다.
한 장관은 이어 “바빠서 못 본다고 하면 안 되고, 그러면 뒤처지는 것”이라며 “이슈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가져야 한다.) 모든 생각이 저와 같아야 된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생 걸면 소신 관철…잘 준비해 실력 갖춰야”
한 장관은 신임검사들에게 허먼 멜빌의 책 ‘모비딕’ 속 문장을 소개하면서 소신을 갖추려면 실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 장관은 “스타벅스에서 스타벅이 뭔지 아시나. 저는 모비딕이라는 허먼 멜빌의 책을 좋아하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배의 1등 항해사가 스타벅이다. 그래서 스타벅스”라며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구절이 있는데,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라는 문장이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겠느냐. 그건 용기(만용)에 관해 쓴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까 말한 것처럼 자기 소신을 갖추고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실력이 필요하다”며 “검사로서 인생이 초라해지는 건 소신을 가지고 관철했는데, 답이 틀렸을 때다. 그러면 정말 우스워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인생을 걸면 소신을 관철할 수 있다. 그래서 검사가 무서운 거다. 그런데 그 답이 틀린 거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걸 굉장히 잘 준비하고 실력을 갖추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라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