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파주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1675원, 경유를 1785원에 판매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차량 가격은 더 비싸지만 유류비가 덜 든다는 장점때문에 경유 차량을 구매했는데 경유 가격이 더 비싼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화가 난다. 차값도 비싸고, 기름값도 비싸고 경유 차의 이점이 하나도 없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영업자 등 경유 차량 운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전국 경유 가격은 리터당 1842.86원으로 휘발유 가격인 1742.97원보다 99.89원 비싸다.
국내에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200원 가까이 낮게 유지돼 왔다. 하지만 지난 5월11일 휘발유(1946원)-경유(1947원) 가격역전 현상이 발생해 17일간 이어진 뒤 6월13일 휘발유 2074.30원, 경유 2074.89원으로 역전현상이 또다시 발생해 이날까지 72일째 계속되고 있다.
휘발유-경유 가격역전 현상은 지난 2008년 5월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에는 경유 가격이 더 높은 상황이 21일 지속됐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높게 유지되는 것은 국내 판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제 가격 때문이다. 지난 22일 기준 국제 경유(0.001%) 가격은 배럴당 142.19달러로 휘발유(92RON) 가격(108.33달러)보다 33.86달러 비싸다.
국제 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유럽발 경유 공급 부족현상이 발생하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했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경유 수급은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경유 가격이 앞으로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우선 국제 경유 가격이 최근 2주간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 경유 가격은 지난 8일 배럴당 123.76달러에서 142.19달러로 2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02.52달러에서 108.33달러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럽이 4분기부터 본격적인 난방시즌에 들어가는데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차질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체재인 경유 수요가 올라가며 가격이 뛸 것으로 정유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유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최근 유럽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 경유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경유값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