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분류하고 있는 조대희 씨.
조대희 씨(28)는 하루 4시간씩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우체국에서 일한다. 매일 쏟아지는 우편물을 우편번호로 분류해 집배원 80여 명의 배송 통에 집어넣는 게 그의 일이다. 관할구역 264개 우편번호를 잘 알아야 하는 골치아픈 일이지만, 조 씨에겐 ‘놀이’에 가깝다. 그가 몇 년치 달력을 몽땅 외우는 등 ‘숫자 집착’을 가진 중증 자폐성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2020년 직업훈련으로 시작해 올해로 근무 3년차를 맞은 조 씨는 이제 포항우체국의 ‘보물’이 됐다. 이 우체국 조경재 집배원은 “대희가 없으면 집배원들의 일이 느려지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계약 기간은 내년 8월까지다. 조 씨의 어머니 나성희 씨(55)는 “대희가 ‘내년에는 나 우체국 못 다니느냐’며 벌써부터 우울해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이 ‘미취업’
최근 화제가 된 TV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가 ‘법무법인 한바다’에 정규직 변호사로 채용되는 해피엔딩이었다. 대형 로펌의 임금 수준을 감안하면 주인공이 받는 연봉이 1억5000만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결말은 우 변호사가 지능지수(IQ) 165의 천재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25만 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자폐성, 지적 장애인을 통칭)들에게 고액 연봉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 현실은 ‘매일 출근할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국내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은 직업이 없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자폐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28.1%, 지적장애인은 28.0%다. 전 국민 고용률(2021년 12월 60.4%)은 물론 전체 장애인 고용률(34.6%)보다 낮다. 취업 후 평균 월급도 자폐성 장애 121만 원, 지적 장애 92만 원으로 전체 장애인 평균 월급(188만 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의 고용률과 평균임금이 발달장애인보다 높기 때문이다.
어렵게 취업해도 “2년 지나면 나와야”
인천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이지은 씨.
이 씨의 어머니 임정희 씨(51)는 “지은이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며 “지은이 친구들은 여러 업체에서 훈련만 받고 채용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1~7월) 현장 중심 직업훈련에 참여한 발달장애인은 457명이지만 취업으로 이어진 사람은 109명에 그쳤다. 서동명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의 정도나 유형에 따라 고용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야 발달장애인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