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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기능별로 뭉쳤다 사업별로 흩어졌다… 완벽한 조직개편은 없다

입력 | 2022-08-24 03:00:00

34개 휴대전화사 조직개편 살펴보니 동질적-이질적 구성 오가는 곳 많아
어떤 형태든 문제점 나타나기 때문… 개편 자체보다 과정 속 학습이 중요




대기업에서는 전사 차원의 조직 개편이 종종 일어난다. LG전자의 경우 2002∼2012년 약 9번의 전사 차원의 조직 개편이 있었고 노키아는 같은 기간에 8번이나 개편을 경험했다. 조직 개편은 의사결정 구조뿐만 아니라 구성원을 조직화하는 방법도 변화시킨다.

기업의 조직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유사한 전문성을 지닌 구성원들을 동일 부서에 배치하는 동질적인 구성과 전문성이 다른 구성원들을 같은 부서에 배치하는 이질적인 구성이다. 예를 들어 기업은 개별 사업별로 연구개발(R&D), 마케팅, 생산 조직을 운영하는 사업부제 구조나, 전사 차원에서 모든 사업을 총괄하며 통합 R&D, 통합 마케팅, 통합 생산 조직을 운영하는 기능별 구조를 택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조직 개편의 방향과 속도가 현재의 조직 구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했다. 34개 휴대전화 제조사가 1983∼2008년 실시한 조직 개편 내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조직에서 동질적인 혹은 이질적인 구성의 부서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은 반대 성향을 가진 구성의 부서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또한 조직 개편으로 동질적인 구성의 부서 비중을 높인 기업일수록 다음 조직 개편을 좀 더 빠르게 단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조직 구조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된다.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은 반대 성향의 조직 구조로 개편하므로 조직 개편은 항상 동질적인 구성과 이질적인 구성을 오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각각의 기능 부서가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형태로 구성된 기업일수록 기능 부서별로 배치된 인원을 사업별로 분산시키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한다. 반면 사업별로 인력이 분산된 기업일수록 전사 차원에서 기능별로 인력을 재배치시키는 형태의 조직 개편을 실시한다.

종업원의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화하는 경우 회사의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부서와의 의사소통 장벽 역시 높아져 시장 대응력이 떨어진다. 제품이나 고객을 중심으로 조직화하면 각 기능 간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시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지만 자원 중복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일부 조직은 이 둘의 중간 형태인 매트릭스 조직 구조를 시도한다. 하지만 이 역시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실제로는 제한적인 형태로만 도입된다.

어떤 형태의 조직 개편이든 완벽한 것은 없다. 조직 개편 초기에는 과거 조직 구조의 문제가 해결돼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점이 부각되고 예전의 조직 구조로 회귀하는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조직 구조를 오가는 형태로 조직 개편이 반복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은 조직 내 어느 부분을 동질적인 혹은 이질적인 구성으로 개편하는지 학습하며 두 가지 형태의 구성이 공존하는 자사만의 독창적인 하이브리드 조직 구조를 정립해 나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직 개편의 내용 자체보다는 과정을 통한 학습이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