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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경기 속 구인난, ‘일본식 장기 불황’ 겪을까 걱정된다

입력 | 2022-08-24 00:00:00


경기가 주저앉는 가운데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심한 구인난을 겪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아일보가 고용노동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이 올 1분기 구인에 나섰는데도 지원자 수 자체가 적어서 채용에 실패한 인원이 1년 전보다 70%나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 등에서 확산되고 있는 ‘고용 있는 침체’ 현상이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력 부족 문제는 정보기술 신산업, 전통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사실상 산업 전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취업선호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국내 유수의 한 포털 기업은 국내에서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해외에서 채용설명회까지 열었지만 개발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용접 금형 관련 기업들은 숙련공 부족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구인난이 더 심해진 것은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갖춘 인력을 찾는 기업이 늘어난 반면 실제 채용 가능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분석 결과 인공지능 등 주요 정보기술 분야의 부족 인력은 지난해 9453명에서 올해 1만4514명으로 늘었다. 젊은 구직자들이 급여와 복지 수준이 높은 일자리만 찾는 미스매치 문제로 구인난이 가중되기도 했다.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 분야에서는 고질적인 인력난 때문에 최근 2년 동안 2000개가 넘는 업체가 문을 닫아야 했다.

기업이 필요할 때 원하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장기 저성장으로 들어가는 신호이기도 하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일본에서 나타난 ‘잃어버린 30년’도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한 상태에서 자산 거품 붕괴가 덮치면서 시작됐다. 그 여파로 가계와 기업이 부채 감축에 나서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됐고 수출 경쟁력까지 하락한 것이다. 한국이 낮은 실업률 뒤에 숨은 구인난을 방치한다면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되면서 ‘일자리 없는 불황’이 찾아올 날도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