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체납 7차례 통보받은 화성시, 첫 통보 뒤 13개월만에 주소지 방문 미거주 이유로 ‘복지 비대상자’ 처리…실거주지 추적 안해 비극 못 막아 화성시 “인력 부족해 조사 늦어져”…尹대통령 “복지시스템 특단 조치” 수원 집엔 텅빈 냉장고, 접시 3개뿐
질병과 빈곤에 시달리다가 21일 경기 수원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건강보험료 체납 사실이 지난해 6월부터 7차례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됐지만 13개월이 흐른 지난달에야 첫 현장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세 모녀는 지난해 2월부터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기 시작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3개월 이상 공과금 등을 연체하면 관할 시군구에 통보해 복지 사각지대 가구를 발굴하도록 했다. ‘수원 세 모녀’는 지난해 4월까지 석 달 연속 건보료를 연체했고, 공단은 지난해 6월 ‘행복e음’ 시스템을 통해 모녀의 주민등록 주소지인 경기 화성시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올해 6월까지 7차례에 걸쳐 체납 사실이 화성시에 통보됐다고 한다.
○ “복지 인력 부족해 뒤늦게 현장 방문”
그러나 화성시가 세 모녀의 주민등록 주소로 복지 안내문을 처음 발송한 것은 지난달 19일이었다. 화성시 관계자는 “현재 28개 읍면동별 ‘맞춤형 복지팀’마다 직원 3, 4명이 근무하는데 시내 건보료 체납자만 해도 약 1만 명”이라며 “복지 담당 인력 부족 탓에 위기 가구 발굴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화성시는 내부 방침에 따라 단수·단전돼 당장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구를 먼저 조사했는데 세 모녀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한편 모녀는 2004년부터 수원의 월셋집을 전전하며 지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 집주인은 모녀에 앞서 사망한 장남(자매의 오빠)의 지인이었는데, 2020년 장남이 숨진 후에는 집주인도 세 모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세 모녀의 사망 시점은 이들이 발견된 21일부터 최소 열흘이 앞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3일 방문 조사 당시 실거주지 추적이 이뤄졌다면 모녀를 살릴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전입 미신고 등으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취약계층의 정보를 복지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고 23일 밝혔다.
○ 텅 빈 냉장고, 접시 3개뿐인 살림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 방을 23일 특수청소업체 직원이 정리하고 있다. 수원=전영한 기자 scoopjyh@dong.com
인근 주민들은 “(모녀가) 이웃과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세 모녀를 기억하는 화성시 기배동의 한 주민은 “(남매의) 아버지는 다리 난간을 만드는 사업을 했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이 어려워졌고 이후 빚 독촉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후 장남이 택배 일을 하면서 생계를 책임졌는데, 루게릭병으로 2년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둘째 딸이 남긴 유서에는 “아픈 어머니와 언니 대신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데 오빠, 아버지가 죽고 빚 독촉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수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화성=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