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 윤석열 대통령 비서실의 첫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인사 논란, 폭우 사태 대응 등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청와대 시절 논란을 지적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재산 축소 신고’ 논란이 있는 김은혜 홍보수석의 답변 태도를 놓고도 야당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다음날로 차수변경까지 해가며 공세를 이어갔다. 운영위원장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간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수변경을 거부했다가 야당이 항의하자 “정청래(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부터 시정시켜라”고 쏟아붙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 “김대기 사퇴” 압박…폭우 대응 질타도
김영배 의원도 “각 2명씩의 교육부, 복지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주면서 사퇴했다. 인사 참사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라며 거취를 압박했고, 박영순 의원 역시 “이 정도 사태가 되면 여러분들 다 같이 사표를 냈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지난 수도권 폭우 사태 당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이동주 의원은 윤 대통령 자택이 위치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대통령 전용 헬기 이착륙이 불가능하다며 “옥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헬기는 호이스트(로프)를 이용할 경우로, 대통령이 헬기에 밧줄로 매달려 타고 이륙해 가야 하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정문 의원은 폭우사태 당시 김대기 실장이 관사에 머물렀다는 답변에 대해선 “실장님이 저녁자리에서 화기애애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 (신림동) 일가족은 반지하에서 차오르는 물을 보며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꾸짖었다.
박홍근 의원은 “8일 밤 술을 확실히 많이 안 드셨냐, 폭탄주를 마셨다는 제보가 있다”고 김 실장을 추궁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분들이 다시 추천됐을 때 그때는 사과로 그칠 것이냐. 책임을 보일 것이냐”며 거취 표명도 요구했다.
◆국민의힘 “지나친 프레임”…文청와대로 ‘역공’
반면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유독 지금 윤석열 정부에만 지나치게 사적 채용이라는 프레임을 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엄호했고, 같은 당 양금희 의원은 “김정숙 전 여사의 지인 디자이너 딸이 청와대에 채용돼 대통령 부부의 의상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도가 됐다”면서 역공에 나섰다.
나아가 김희곤 의원은 “나도 사적채용을 당했다”면서 문민정부(김영삼 정부) 때 박관용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소개로 청와대 비서실에 들어간 이력을 소개하며 “윤 대통령은 평생을 검찰에 있었다. 가장 가까운 보좌관이 아마 검찰에 있을 때 데리고 있던 검사, 수사관이다. 그분들 몇 명을 채용했다고 사적 채용이고 부적절한 것이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두현 의원은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나도 지금의 대통령실, 청와대 근무를 해봤는데 드리기 어려운 자료가 많다. 어느 정권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문재인 청와대 시절 자료제출 거부 사례를 열거했다.
김병욱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과도한 예산을 집행했었다. 무엇보다 행사성 경비를 지출 절감은커녕 예산을 증액하며 예산 편성 당시 국회 의견을 무시했다”면서 국정 백서 사업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의 지난 치적을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그것도 멋있게 만들어보겠다고 국회가 편성하지도 않은 예산을 전용했다.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희용 의원은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에 연루된 문재인 청와대 인사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당시 여당 실세들과 관련된 옵티머스 주식을 차명 보유한 사람이 채용되는 체계, 시스템이 사적 채용을 넘어 커넥션 채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민을 살인자라고 언급한 비서실장(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물러나지 않았다”며 김대기 실장에 힘을 싣기고 했다.
◆김은혜 ‘답변 태도’ 논란…野 “국회 무시도 유분수”
한편 이날 운영위에 출석한 김은혜 홍보수석의 답변 태도를 놓고 야당은 “적반하장”, “국회 무시”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김 수석의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16억원 규모의 재산 신고를 누락을 놓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발했다”고 지적하자 김 수석은 “제가 알고 있는 선에 대해서는 (선관위 고발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영환 의원이 김 수석의 이명박 청와대 대변인 시절 ‘홍보수석실 내 권력 암투’ 관련 기사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김 수석은 오 의원을 응시하며 “그게 정당한 사실이라면 답변을 드리겠지만 제가 모르는 사안에 대해선 답변이 어렵다”고 맞받았기도 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다른 얘기를 하지 말라”, “기자회견을 하냐”, “국회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등의 말을 쏟아내며 김 수석을 성토했고 야당 운영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이 “김 수석이 지금 적반하장으로 거꾸로 의원에게 질문하는 상황이 보이느냐”고 문제삼기도 했다.
◆與, ‘과방위 독단 운영’ 정청래 언급하며 차수변경 ‘반발’
권 원내대표는 야당의 차수변경 요구에 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방위원장을 거론하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정청래 위원장이 과방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는 여야 간사합의가 안됐기 때문에 차수변경을 할 수 없다면서 “과방위도 그렇게 한다. 정청래부터 시정시켜라. 정청래한테 한마디도 못하면서 왜 우리한테 그러느냐”며 “다수당 원내대표라고 지금 협박 하는 거냐”라고 쏘아붙였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여야 간사가 차수변경에 합의하자 의사진행을 이어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