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두 달여 만에 첫 공개연설 “준비 없이 달리고 즉흥적으로 하다간 낭패” “韓, 대북정책 일관성 갖고 역할 확대해야”
이낙연 전 국무총리. 2022.6.7/뉴스1 ⓒ News1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2일(현지시간) 윤석열 행정부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균형을 잡지 못한 대외정책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위태롭고 무책임하다”며 “집권 세력 또는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 준비가 갖춰져야 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초청으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련국의 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은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에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전 총리가 공개연설에 나선 것은 6월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이후 두 달여 만에 처음이다.
이 전 총리는 “지금 북한 비핵화 문제는 북한과 미국에 맡겨져 있다”며 “그러나 그 결과가 지금의 교착이고 북한의 핵능력 강화다. 이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그만한 외교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 지금의 역량으로는 부족하다”며 “한국의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대북정책의 근간에 대해 대합의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협상을 해도 일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꼽은 것을 언급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죽을힘을 다했다’고 하셨다”며 “그래도 결국 설득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자가) 그런 준비가 돼 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북한의 핵개발은 안보불안과 피해의식에서 출발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핵은 지역과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다. 북한 스스로를 위해서도 제약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중국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됐다”며 “향후 국가로서의 존재 방식에 부담을 주게 됐고 당장 한반도를 신냉전의 구도로 끌고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을 가진 빈곤을 선택할 것인지, 핵개발을 멈추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화하며 개방과 발전으로 나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화를 해야 될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해놓고 관심을 끌어 지렛대를 확보하면 그 지렛대를 어디다 쓰겠느냐”며 “관심을 끈다고 신뢰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만 점점 더 호전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미국에 대해선 “북한 핵 위기 때마다 그나마 (위기를) 해소한 것은 미국 덕분”이라면서도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조는 제재와 압박이다. 짧은 대화와 긴 제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고 싶은 대로 상대를 봐선 제대로 안 보인다”면서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고 ‘북한 붕괴론’, ‘경제 제재 만능론’과 같은 것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지속적인 제재와 압박이 어떤 결과를 갖고 왔는지 냉정하게 봤으면 좋겠다”며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하니 고립·폐쇄돼 점점 더 이상한 일을 하고 핵개발에 더 몰두하고 중국에 더 의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치 중심의 대외 정책을 실용주의적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며 “미국은 줄곧 그렇게 해왔고, 그 때마다 성공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