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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이 ‘배달’을 만났을때 …

입력 | 2022-08-24 03:00:00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서 배달 관점서 소장품 재분류해
오늘 ‘전시 배달부’展 개막



하늘 그림을 실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비는 안규철의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 작품 ‘하늘 자전거’(2011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국인에게 친숙한 그림 중 하나인 장욱진 화가(1917∼1990)의 ‘마을’(1956년). 적갈색 바탕 위에 어우러진 나무와 집, 사람들이 따뜻한 이 작품을 24일 개막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기획전 ‘전시 배달부’에서 가장 앞세워 배치한 이유는 뭘까. 바로 이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가장 많은 대여와 이동(총 14회)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콘셉트가 독특하다. ‘배달’이란 관점에서 회화와 영상, 설치 작품 51점과 아카이브 자료 82점을 고르고 분류했다.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 각지에서 게릴라식으로 열었던 이동 전시 ‘움직이는 미술관’의 당시 사진과 영상을 소개하는 식이다. 안규철 작가의 영상작품 ‘하늘 자전거’(2011년)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늘을 담은 그림을 자전거에 실은 채 달리는 내용을 통해 현대미술과 배달의 접점을 찾으려 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배달과 관련성이 높은 편지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삼청로 30, 미술관 앞’은 모두 250여 통의 편지를 선보인 공공 프로젝트.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한 뒤 미술관이 관람객들에게 요청해 받은 편지를 모았다. 조소희 작가가 선보인 ‘편지-인생 작업’은 2003년부터 자신이 매일 써온 편지를 전시했다.

1950년대 팝아트 초기의 주요 작가로 꼽히는 레이 존슨(1927∼1995)의 ‘무제’(1971년)도 눈여겨볼 만하다. ‘메일 아트’의 창시자로도 불리는 존슨은 자신이 밑 스케치를 그린 우편을 다수에게 보내 이미지를 덧대는 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미술관 측은 “편지 자체가 이동성과 가변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이라는 배달’ 섹션 역시 작가와 다수가 참여한 작품들이 많다. 천경우 작가의 ‘다바왈라의 점심’(2017년)은 50개의 4단 도시락 통으로 만든 설치예술. 인도 뭄바이 지역에서 도시락 배달원들을 섭외해 그들이 배달받아 먹고 싶은 도시락을 함께 먹는 퍼포먼스를 한 결과물이다.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배달은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고 생동하는 문화를 만드는 흐름을 의미한다. 관객이야말로 미술을 배달하는 주체이자 매개”라고 했다. 내년 1월 29일까지. 무료.


청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