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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브레인’ 딸 추모식…“전쟁에 사기 불어넣을 순교자”

입력 | 2022-08-24 08:28: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를 추모하는 자리에서는 그를 전쟁에서 사기를 불어넣을 순교자로 묘사하며, 전쟁 승리를 다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두기나의 가족, 친구, 수십 명의 동료와 지인들은 두기나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 오스탄키노 TV 센터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두긴은 “다리야는 정말로 두려움이 없었다”며 “지난번 전통축제에서 전사가 된 기분이고, 조국과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행사에는 세르게이 네브로프 전 러시아 하원 부의장,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세르게이 미노로프 하원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두긴은 “다리야의 비극적인 죽음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줬다면, 다리야는 그들에게 신성한 러시아 정교회, 국민, 조국을 수호하도록 요청했을 것”이라며 “다리야는 러시아를 위해 조국에서,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아닌 여기 최전선에서 죽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 미디어 재벌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두기나를 순교자로 묘사하며, 두기나의 죽음으로 인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승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로페예프는 “우리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러시아 시민이 단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우리 이전에 살았고, 우리 이후에 살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순교자들의 피로 강해질 것”이라며 “사랑하는 다리야의 시기적절한 죽음 덕분에 우리는 이 전쟁에서 확실히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9시30분께 두기나가 몰던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강한 폭발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두기나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긴과 두기나는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함께 차에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두긴이 다른 차에 타면서 두기나는 아버지의 차량을 몰게됐다. 이 때문에 당초 두긴을 노린 테러가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번 범죄는 우크라이나 측이 계획적으로 저질렀다면서 범인은 1979년생 우크라이나인 ‘보브크 나탈리야 파블로브나’라고 특정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전쟁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 내부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두긴은 러시아의 극우 사상가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하도록 한 ‘정신적 안내자’라는 평을 받는다. 특히 지난 1997년 ‘지정학의 기초 :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에서 두긴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재흡수할 것을 주장했다.

두기나는 1992년생으로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 아버지의 사상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왔다. 미국은 지난 3월 두기나를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전날 두기나에게 ‘용기 훈장’을 수여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이 훈장은 범죄에 맞서 싸우거나 자연재해, 화재 등 상황에서 인명을 구해 용기와 헌신을 보여준 이들에게 수여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