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서 방문객들이 폴스타코리아 전시장을 관람하고 있다. 2022.5.3/뉴스1
현대자동차, 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산 자동차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국내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의 판매량은 전년동기의 두배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중국 전기자동차 1위 기업 비야디의 한국 진출도 예정돼 있어 중국 자동차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 판매량(현지 합작사 생산 포함)은 9만4000여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9.8% 줄며 반토막이 났다. 시장 점유율도 작년 상반기 2.0%에서 올해 상반기 1.0%로 떨어졌다. 기아의 상반기 판매량도 27.2% 감소한 4만5000대에 그쳤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차 판매량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16년 중국시장에서 180만대의 차량을 팔았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약 50만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대차는 계속된 판매부진으로 지난해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 업체 리오토에 매각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출고 지연으로 독일은 2.9%, 미국은 22.6%, 일본은 25.8%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특히 중국산 상용차 판매량이 312%나 급증하며 중국산 자동차 전체 판매 증가를 견인했다. 국산 동급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이 무기였다.
전기화물차는 지난해 상반기 11대에서 올해 상반기 916대로 8218.2% 늘었고, 전기버스는 148대에서 436대로 194.6% 증가했다. 상용차 판매규모는 413대에서 1703대로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중국 소형전기화물차 마사다의 경우 3700만~3800만원대로 지자체 보조금에 따라 약 15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국산 동급 대비 1000만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올해 4월 출시 이후 초도 물량 1000대가 모두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상용차뿐 아니라 승용차 부문에서도 판매가 늘었다. 폴스타 등 중국계 브랜드 전기차 및 중국 생산 모델인 BMW IX3, 볼보 S90 등의 수입이 늘면서 중국산 수입차는 전년 동기대비 83.9% 증가한 3400대를 기록했다.
폴스타는 중국 최대 민영자동차 회사인 지리자동차가 스웨덴 볼보와 합작해 설립한 전기차 전용 브랜드다. 지리차는 볼보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BMW IX3 경우 BMW가 브릴리언스오토와 설립한 중국 현지 합작회사인 BMW브릴리언스오토모티브를 통해 전량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중국산 자동차의 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비야디(BYD)는 최근 국내에 전기자동차 상표권을 출원하며 진출을 예고했다. 비야디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전기차와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지리차는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리차는 르노코리아의 지분 34.02%를 2640억에 인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지리차는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로 올라선다.
르노코리아와 지리차는 2024년부터 볼보 전기차 전용 플랫폼(CMA)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고 2024년부터 부산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전기차 수준이 매우 뛰어나고 가성비도 좋기 때문에 국내에 출시되면 시장 점유율을 상당히 뺏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정부가 R&D(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해 전기차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 중국이 만들지 못하는 수소버스를 현장에 보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