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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최후의 보루’ 됐으면”…보육원 출신 대학생의 비극

입력 | 2022-08-24 10:38:00

게티이미지뱅크


“보육원은 최후의 보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가정이 붕괴되었을 때 보육원은 최선택지가 아닌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립 준비 청년(보호종료아동)을 돕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 키퍼’를 운영하는 김성민 대표(37)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최근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새내기 대학생 A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보육원 출신인 김 대표는 “이런 소식이 들려오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또 먹먹해지기도 한다”며 “저에게는 사실 이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저한테는 일주일에 한두 건 정도 삶을 포기하거나 삶을 포기하기를 시도한 친구들의 연락이 온다”고 실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게 얼마나 심각하냐면 제가 모든 자립 준비 청년들을 알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주에 한두 건이면 정말 적은 숫자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친구들은 스스로 직접 연락이 오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며 “이게 의료보험이 전혀 되지 않는다. 그 어떤 복지재단에서도 이런 것들을 지원하지 않고 있더라. 살아가는 삶이 죽는 것보다 괴로워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는데 살아버리니 또 이런 빚이 남아버려서 악순환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에 대해선 “모든 친구들이 부족한 게 하나 있다. 그건 동일한데, 바로 부모의 부재”라며 “아이들이 모든 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되는 자립 준비 청년이 되었을 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인정해주고, 아이들의 삶을 기대주는 어른이 정말 필요한데, 주위에 그런 어른들이 없다 보니까 아이들은 세상에 홀로 버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1

최근 숨진 채 발견된 새내기 대학생 A 씨는 만 18세로, 이전 같았으면 보호가 종료돼 보육원에서 나와야 했다. 하지만 법이 개정돼 A 씨는 만 24세까지 보호 연장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실제 A 씨는 보호 연장을 신청해 최근까지 학교 기숙사와 보육원을 오가며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A 씨는 지원금, 아르바이트 월급 등으로 마련한 생활비 700만 원 가량을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생활비라든지 안정 자금들이 필요하지 않느냐. 그래서 자립 수당이라고 매월 35만 원씩 5년 동안 주어진다. 그리고 자립 정착금이라고 해서 일시적으로 500만 원 정도가 지원된다.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비용인 것”이라며 “다른 취약 계층과 비교해 보아도 사실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 더 많은 것들이 만들어져야 하고, 더 많은 것들이 개선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보육원 퇴소 뒤 6개월간 노숙생활을 경험했던 김 대표는 “한 친구의 사례를 소개하면, 이 친구는 빚이 한 2억 원 정도가 있었다. 이것은 사실 거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보시면 된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긴급 자금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그때 아이들이 손을 벌릴 곳이 없다”며 “그때 아이들이 사용하는 게 사채다. 사채에 한 번 손을 대게 되면 끊임없이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고 밝혔다. 사채 이자가 불어나 2억 원의 빚이 생겼다는 것.

또한 김 대표는 “사실 취업이 되게 중요한 것이지 않느냐.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면 누구에게나. 그런데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보육원에서 나온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더 안 주어지는 게 있다”며 “일반 기업의 최우선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지 않느냐. 그러다 보니 더 뛰어나고 똑똑한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잘 준비된 친구들은 아니지 않느냐. 그러다 보니 사실 서류에서부터 계속해서 탈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 키퍼’를 운영하는 김성민 대표

김 대표는 “제가 사회에서 좀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며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계시지 않느냐. 그 부분도 너무너무 감사한데, 저는 이제 우리 국가가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먼저 김 대표는 “(국가가) 선생님들의 처우 개선이라든지 이런 심리적인 상황들을 점검해 주셔서 아이들을 잘 양육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가정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그 부모의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선생님들”이라며 “우리 선생님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심리 상태로, 어떠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계시는지 우리 선생님들을 좀 돌아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김 대표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좀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가정 위탁이라는 제도가 많아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가정 위탁에 대해서 알아주시고, 그 가정 위탁을 신청해 주시고, 그래서 아이들을 그렇게 좀 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