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황’ 원작자 앤서니 매카튼 인터뷰
연극 ‘두 교황’의 한 장면. 앤서니 매카튼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연극 ‘두 교황’이 30일 한국에서 개막한다.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진 연극 ‘두 교황’도 실존 인물에 천착했다. 598년 만에 생전 자진 퇴위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를 다룬 이 작품은 2019년 6월 영국 노스햄든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선 30일부터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연극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 16세(이하 베네딕토)는 신구 서인석 서상원이, 프란치스코는 정동환 남명렬이 연기한다. 연극 ‘두 교황’ 개막을 앞두고 영국 런던에 있는 원작자 매카튼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뉴질랜드 출신 작가 앤서니 매카튼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이야기하게 만드는 인물에 관심이 간다. 특히 새로운 무언가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하게 만드는 것이면 좋다. 나는 이 세계에 깊은 치유, 건강한 토론, 관용, 새로운 사고와 존재방식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실화를 예술로 옮기는 작업은 어떤가.
“우선 가장 중요한 건 ‘팩트’를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에 큰 해를 입히게 된다. 하지만 역사는 전부 기록되지 않은,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이야기임을 알아야 한다. 비어있는 여백이야말로 작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실을 넘어서는 거대한 진실과 맞닥뜨리고 철저한 조사을 바탕으로 추측을 쓰기 위해 작가 스스로 단련해야 한다.”
연극 ‘두 교황’ 속 전·현직 교황이 나누는 대화
“둘 사이에 오갔을 대화나 논쟁을 나의 상상으로 채워 넣었다. 실제 대화를 기록한 문서나 녹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크게 조직화된 종교 내부에서 일어난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측으로 구성했다.”
―상상의 재료는 무엇인가.
“두 교황에 대한 논픽션을 썼을 정도로 많이 조사, 연구했다. 희곡에서 두 교황의 입장과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영화 ‘두 교황’ 속 함께 축구 경기를 보는 두 교황의 모습
“하나의 이미지로 두 인물의 차이를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낸 설정이다. 프란치스코는 민중의 지도자, 베네딕토는 일상적 쾌락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두 교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처음엔 프란치스코에게 인간적 친밀감을 느꼈다. 하지만 베네딕토의 주장을 쓰게 되면서 점점 그의 마음과 역사에 빠져들었고 그의 생각과 입장을 존중하게 됐다. 프란치스코는 변화와 적응을, 베네딕토는 견고한 원칙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종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실이 되어 사람들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게 베네딕토의 생각이다. 충분히 가치 있다.”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바티칸 성직자의 뇌물 비리, 성추행, 돈세탁 혐의로 공격을 받던 당시 전·현직 교황의 대화엔 ‘타협’과 ‘변화’가 여러 번 변주돼 등장한다.
“타협은 원래 입장을 희생하는 것이고 변화는 완전히 새로운 입장을 갖는 것이다. 진정한 변화가 되려면 새로운 입장을 갖게 되면서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타협보다 변화가 더 많은 의지와 확신, 다름에 대한 공감과 존중이 필요하다.”
‘두 교황’은 그가 작업한 ‘숭배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종교에의 숭배를 다룬 ‘두 교황’에 이어 12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될 뮤지컬 ‘The Collaboration’은 예술에 대한 숭배를 다루고 최근 완성한 희곡 ‘Wednesday at Warrens, Friday at Bills’는 돈에 대한 숭배를 주제로 한다.
연극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를 연기하는 서인석(왼쪽)과 남명렬
―‘숭배 3부작’을 통해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화합과 존중이다. 설사 생각을 교환하는 과정이 격렬하고 힘들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토론을 통해 화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합과 존중이 가능하려면 우선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두 교황은 당신의 작품을 봤을까.
“이 질문에 대해 난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두 분 모두 보지 않았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