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 사회에서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육이다. 특히 학벌로 얘기되는 좋은 대학의 졸업장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더 나은 직업과 소득이 보장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2019년 수행한 ‘직업교육과 사회이동’ 연구에서 한국노동패널자료를 분석하여 세대간의 대물림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Social Economic Status)는 교육을 매개로 하여 자녀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그림에서 60년대생, 70년대생, 80년대생으로 나누어 세대간의 계층의 이동의 효과를 비교하였는데, 세 계층 모두 자녀의 소득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미약하고, 자녀의 교육을 매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1] 참조).
[그림 1] 사회경제적 배경과 학력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 자료 남재욱 외(2019). 직업교육과 사회이동, 한국직업능력연구원. p.115
이 모형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사이의 소득이 대물림되는 현상을 분석하는 모형이다. 즉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SES)이 자녀의 소득(본인 소득)에 영향을 주는데 이때 자녀의 학력(교육년수)이 어느 정도 개입하는지를 통해 부모->자녀의 경제적 지위의 전이 과정에서 교육의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그림에서 a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SES)이 자녀의 소득(본인소득)에 영향을 주는 정도이고, b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SES)이 자녀의 학력(교육년수)에 영향을 주는 정도이며, c는 자녀의 학력(교육년수)이 자녀의 소득(본인소득)에 영향을 주는 정도이다.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a와 b*c로 나누어진다. 즉 부모의 배경이 좋아 소득이 좋은 직접적 효과(a)와 부모의 배경이 좋아서 좋은 교육을 받고(b), 좋은 교육의 결과 높은 소득을 받는(c) 간접적 효과(b*c)로 구분된다. a가 클수록 그 사회는 귀속적이고, c가 클수록 그 사회는 능력 중심이며, b가 클수록 교육이 부모의 배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60년대생의 경우 a가 0.03이고 b*c가 0.12이므로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0.03+0.12=0.15이고 부모의 지위가 그대로 연결되는 직접적 영향이 20%다. 교육을 매개로 미치는 영향이 80%로 세대간 지위의 이동은 대부분 교육을 매개로 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70년대생과 80년대생에도 큰 변화가 없다. 다만 80년대생의 경우 교육의 소득 효과(c)가 다른 세대에 비해 작다(0.11). 이는 아직 이들 세대에서 승진 등에 미치는 학력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d와 e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아버지의 학력의 영향(d)와 부모의 계급지위의 영향(e)의 정도를 표시한다. 이 모형에서 d>e 이므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계급지위보다 아버지 학력이 더 영향을 미친다. a,b,c,d,e의 값은 ¤1에서 1사이의 값을 갖고 음수값을 부정적 영향을 양수값은 긍정적 영향을 의미한다.
또한 같은 연구에서 상위권 대학이나 서울 소재 대학을 나오면 전문대학 졸업자보다 소득이 14.4% 높았고, 경기 인천 및 지방국립대를 나온 경우는 전문대 졸업자보다 소득이 13.1% 높았다. 반면에 고졸자는 전문대학 졸업자에 비해 11.9% 소득이 낮았다. 이 결과는 우리 사회의 부의 대물림이 교육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 대학의 서열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구 소득별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
사교육을 통한 교육비 지출 차이는 계층간 교육 기회 격차를 결정하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학생이 경험하는 다양한 체험의 질적인 차이와 가정을 둘러싼 인적 물적 자원도 계층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여기서 파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인식은 학생 자신의 요인 보다는 운명적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런 것들이 누적돼 학생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에 도달하기 힘든 사회가 됐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2021년 진로교육 및 체험의 노동시장 성과’ 연구에서 만 15세 때 미래 직업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으면 만 28세 성인이 되었을 때 월평균 소득이 약 7만원 더 많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직업적 야망의 실현은 사회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중학교 시절 속했던 사회 계층이 하위 1/3인 경우에는 야망이 있더라도 성인기 월평균 소득이 약 5만원이 더 적다. 반면 중간층인 경우와 상층인 경우는 직업적 야망이 있으면 성인기 소득이 월평균 약 8만원과 약 19만원씩 각각 더 많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이 갖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실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조사는 보여준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직업 및 교육 야망의 소득 효과. 주 : Earnings2018(26세 소득), Earnings2020(28세 소득), CRAMB(미래 직업 야망), CRALN(미래 교육과 직업 야망)자료 유한구 박화춘(2019). 진로교육 및 체험의 노동시장 성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p.16.
영국의 inspiring future 사례. 자료 Education and Employers, “Working together for young people : I am #InspiringTheFuture”, educationandemployers.org, 2020.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등 교육에 배정된 교육예산을 감축하고자 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희망을 위해서는 학생수 감소를 빌미로 교육예산을 감축하기 보다는 사교육의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계층 간 교육 효과의 차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교육 경험의 확대 방안의 마련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유한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