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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오보로 불꽃놀이 연기되자, 헝가리 기상청장·부청장 해임

입력 | 2022-08-24 16:38:00


헝가리 기상청 고위 간부 2명이 날씨 오보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끝내 해고된 가운데 이를 두고 정부의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헝가리 국립기상청(NMS)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정치적 동기에 의해 해고된 동료들의 가능한 한 빠른 복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의사결정자들로부터 상당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동료들은 그들의 지식을 최대한 제공하고 어떤 주장(예보)이나 그에 따른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앞서 라즐로 팔코비치 헝가리 기술산업부 장관은 전날 기술부 소관 국립기상청(NMS) 소속 코르넬리아 라딕스 청장과 기율라 호바스 부청장을 해고했다. 당국은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기상청의 오보에 따른 문책성 조치로 보인다.

앞서 헝가리 정부는 지난 20일 국경일 ‘성 이슈트반의 날’을 맞아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불꽃축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 불꽃축제는 매년 200만명 관중이 모이는 유럽 최대 규모로 알려져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당시 부다페스트 중심부 다뉴브강 연안 5㎞를 따라 240개 지점에서 약 4만개 불꽃이 발사 준비가 돼 있었다. 다만 “오후 9시경 강풍울 동반한 폭풍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행사 시작 7시간 전 일주일 뒤로 연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폭풍우는커녕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기상청은 다음날 사과문을 통해 “가장 가능성이 낮았던 시나리오가 발생했다”며 “불확실성은 일기예보의 일부”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다음날 정부는 기상청장·부청장을 동반 해고했고 이에 기상청이 반발에 나선 것이다.

이 밖에도 약 10만명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내 경제 긴축 기간 불꽃놀이 취소를 요청하는 탄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밥 라이언 전 미국기상학회 회장은 “이번 해고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헝가리에서 일하는 모든 예보관은 자신이 오보로 해고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해고는 전문 기상학자들에게 오싹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했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 기상전문매체 스페이스시티웨더를 운영하는 매트 란자는 날씨는 본질적으로 복잡한 특성이 있어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란자는 “누구나 그렇듯 기상학자도 자기 업무 성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다만 그들이 직무에 소홀하거나 반항하지 않는 한, 한 가지 예보에 근거해 예보관을 해고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