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4일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묵인하에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 실종 등 총체적인 인권 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며 ‘국가폭력’으로 규정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 문제가 외부에 알려진 이후 35년 만에야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공식 조사 결과를 밝히고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1975년 내무부는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형사 절차 없이 수용시설에 보내 무기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령을 제정했다.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들은 500원을 훔친 10대 소년, 불온 유인물을 소지한 20대 청년 등까지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했다. 거주지와 가족이 있는데도 뚜렷한 이유 없이 끌려간 사람도 있었다. 1986년까지 복지원에 입소한 사람은 3만8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1개 내무반에 90명 이상 함께 생활하면서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고 병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원생들에게 강제로 정신과 약물을 먹여 무기력한 상태로 만들어 통제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657명의 원생이 목숨을 잃었고 일부는 복지원 뒷산에 암매장됐다. 시대적 상황이 지금과 달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지금까지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명예회복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피해자 13명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자 법원은 약 25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안을 제시했지만 법무부는 “진실화해위가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조사가 일단락된 만큼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