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행복 나눔]“식물성 재료로 마블링 재현… 맛-건강 다 잡은 착한 고기 드세요”

입력 | 2022-08-25 03:00:00

대체육 개발 스타트업 ‘디보션푸드’
콩 단백질에 비트로 만든 피 섞어 해조류 첨가해 부드러운 식감 구현
천연 색소-향료 등 특허기술 보유… 기존 제품 대비 칼로리-염도 낮아
햄버그스테이크-볶음밥 출시 예정



22일 서울 중구 디보션푸드 본사에서 박형수 대표(왼쪽)와 이용민 이사가 자사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디보션푸드는 콩과 미역 추출물, 비트를 활용해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육을 생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최근 육류 소비로 인한 환경, 건강 문제가 지적되면서 대체육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육은 곡류, 버섯, 콩 등으로 만들어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이다. 초기에는 ‘콩고기’ 또는 ‘인조고기’로 불렸으나 식품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육류와 비슷한 외형과 식감을 갖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 컨설팅 회사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6년 169억 원에서 2020년 209억 원으로 커졌다. 아직까지는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육을 생산하는 ‘토종 스타트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미국 시카고의 한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박형수 대표와 이용민 이사가 설립한 ‘디보션푸드’다. 22일 서울 중구 디보션푸드 본사에서 박 대표와 이 이사를 만났다.
○ 콩과 미역 추출물, 비트로 만든 고기
디보션푸드는 ‘기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박 대표는 시카고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던 2016년 대체육을 처음 접했다. 그는 룸메이트였던 이 이사와 함께 집 한쪽의 주방에서 연구를 시작하다 2018년 한국에 돌아와 디보션푸드를 설립했다. 박 대표는 “콩과 같은 식물로 고기를 만들면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도 누구나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가 약 97억 명에 육박하면서 육류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육류 부족’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물을 원료로 하는 대체육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는 축산업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육류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보션푸드의 대체육은 크게 네 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먼저 기존 고기의 ‘근육’에 해당되는 식물성 조직 단백질(BTVP)을 생산한다. 콩류에서 뽑아낸 단백질을 가공한 BTVP는 육류와 흡사한 질감을 가지면서도 콜레스테롤이 없다. 여기에 비트, 파프리카, 사과 등이 함유된 식물성 피를 넣는다. 이 피에는 갈변 효과가 있어 대체육을 불에 익히면 실제 소고기처럼 갈색으로 변한다. 이 이사는 “실제 소 혈액의 향과 맛을 비교해 최대한 동일한 성분을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식물성 단백질과 피를 섞을 때 식물성 결착제도 함께 들어간다. 미역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단백질과 단백질, 단백질과 피가 조직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 고기를 씹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식감을 주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 ‘마블링’과 같은 효과를 주는 식물성 고체 오일을 넣으면 대체육이 완성된다. 가축 사육을 위한 대규모 축사와 사료 없이도 고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 “건강하고 맛있는 대체육… 인식 개선하고파”
소비자가 대체육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020년 발간한 ‘가공식품 식육가공품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체육 관련 단어가 언급된 콘텐츠 5579건을 분석한 결과 대체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구입한 이유로 ‘건강’을 꼽은 소비자가 전체의 70.2%에 달했다. 환경보호(35.8%) 동물보호(28.1%)가 그 뒤를 이었다. 소비자들은 대체육이 육류보다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용이하고 단백질과 채식 위주의 식습관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디보션푸드는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대체육을 선택하는 소비자를 위해 대체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높은 칼로리와 나트륨 함량을 낮췄다. 200g 기준 소고기 칼로리가 290Cal, 기존 대체육이 290∼340Cal인데 디보션푸드는 195Cal까지 낮췄다. 200g 기준 소고기 나트륨 함량은 200∼300mg, 대체육은 평균 500mg이다. 디보션푸드 제품은 200∼300mg으로 소고기와 유사하다.

디보션푸드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카카오벤처투자 등으로부터 누적 투자금 51억 원을 유치했다. 이들은 식물성 대체육에 사용되는 식물성 지방 구성물, 식물성 대체육용 천연색소, 식물성 대체육용 소고기 향료에서 특허를 갖고 있다. 삼성 웰스토리, 한화 등과는 협약을 맺고 급식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액은 30억 원이다.

박 대표는 “대체육이 건강하지만 맛이 없다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게 첫 번째 과제”라며 “하반기(7∼12월)에는 햄버그스테이크, 볶음밥 등을 출시해 소비자가 대체육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품을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