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땀샘이 없는 개들은 혀를 쭉 내밀어 달아오르는 몸속의 열을 내보내고, 야생의 호랑이들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덩치가 작아 몸이 쉽게 달아오르는 다람쥐들은 아예 그늘진 땅바닥에 큰 대(大) 자로 ‘뻗는다’. 얼핏 보면 죽은 게 아닌가 싶지만 네 발을 좍 편 채 온몸으로 열을 식히는 그 나름의 피서법이다.
움직일 수 없는 탓에 꼼짝없이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식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무슨 일 있느냐는 듯 쌩쌩하게 서 있는 풀이 있다. 단단한 나무도 아니고 약하기 그지없는 풀인데도 말이다. 도시 길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풀이다. 강아지 꼬리를 닮았다는 그 강아지풀? 맞다.
남들이 모두 힘들어할 때 멀쩡하다는 건 대체로 남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인데, 이 흔하디흔한 풀이 무슨 능력을 갖고 있어 천하의 호랑이도 어쩌지 못하는 땡볕 더위를 이기는 걸까?
보통 고온 건조한 날씨가 되면 식물들은 수분을 잃지 않기 위해 잎 뒷면에 있는 기공을 닫는다. 하지만 이러면 수분은 보존할 수 있지만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얻을 길이 막힌다.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부 상황이 나빠진다. 이산화탄소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광합성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산소를 배출하지 못하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져 축 늘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산소는 필수지만 식물에겐 유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럴 때 별도 공간에서 전문 팀이 가동된다면 어떨까?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풀이 개발한 장치가 이것이다. 그 덕분에 웬만한 땡볕 더위 정도는 너끈하다.
1차 처리 과정(탄소고정)에서 탄소 4개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C4 식물이라고 하는 이들은 낮은 이산화탄소 농도에서도 광합성률이 높다. 전체 식물의 5∼10% 정도에 불과한데, 사탕수수, 옥수수 등도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 벼와 함께 자라는 피가 농부들을 괴롭히는 것도 벼가 갖고 있지 못한 이런 능력을 갖고 있어서다. 언제 어디서나 차별화된 능력을 개발하는 건 쉽지 않지만, 개발하기만 하면 삶이 특별해지는 건 만고의 진리다. 이글거리는 태양 앞에서도 쌩쌩한 강아지풀처럼 당당할 수 있다. 그러니 오갈 때마다 다시 보자. 강아지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