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뒤로 소아·청소년 2형 당뇨 환자가 급증했다는 해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비대면 수업 등 코로나19로 신체활동이 줄어든 환경 변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25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콜로라도대학교 의과대학 등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19 기간 중 미국 내 24개 의료센터에서 소아·청소년 제2형 당뇨 환자가 약 77% 증가했다며 지난 17일 국제학술지 ‘소아과저널(Journal of Pediatric)’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그리고 코로나 19 유행 첫해인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년 동안 미국 내 24개 의료기관에서 보고된 8~21세 소아·청소년 제2형 당뇨 발병률을 살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유행 이전 2년간 발생한 소아·청소년 제2형 당뇨 환자는 평균 825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첫해 보고된 환자는 1463명으로 이전 2년간 발생한 평균 환자수에 비해 77.3%나 증가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당뇨 발병을 증가시켰는지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코로나19 유행으로 시작된 비대면 수업, 스포츠 활동 중단, 학교 폐쇄 등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신체활동 감소와 체중 증가가 제2형 당뇨의 주요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환자들의 체질량지수(BMI)와 혈당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 수치는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등교가 중단된 이후 소아·청소년의 비만 지표가 악화했다고 발표한 국내 연구와도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또 백인 소아·청소년 집단에서 제2형 당뇨 발병 사례는 감소했지만, 히스패닉과 흑인 소아·청소년에서 발병률이 약 2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제2형 당뇨 발병은 사회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불균형하게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로 이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체내에서 포도당 농도를 조절하는 인슐린 생성이 안되는 제1형과 인슐린이 생성돼도 혈당 조절이 안되는 제2형이 있다.
우리 세포는 혈액 속 포도당(혈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인슐린은 세포가 혈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도와 혈당을 낮춘다. 이때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지면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 혈당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떨어져 제2형 당뇨를 일으킬 수 있다.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심장질환, 신경·신장손상, 시력장애 또는 기타 장기손상을 입을 수 있다. 또 소아·청소년 당뇨 환자는 성인 당뇨 환자보다 합병증 위험이 더 크다.
또한 연구팀에 따르면 새로 당뇨를 진단받은 환자 중 21%가 대사장애를 겪었다. 코로나19 이전에 보고된 9%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대사장애를 겪으면 심한 경우 구토, 혼수, (정신)혼란, 숨가쁨 등을 겪을 수 있다.
쉴라 마지 존스홉킨스대학병원 아동센터 내분비과장은 “코로나19가 제2형 소아·청소년 당뇨환자 발병에 끼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해당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의 분석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지금은 아이들을 위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리사 울프 존스홉킨스의과대학 소아과 교수는 “치료에 개입하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도록 환자를 조기에 식별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체중 증가에 대해 의사와도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