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에서 보육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하던 청년들이 생활고와 외로움 등을 호소하다 극단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숨진 청년들처럼 보육원을 나와 나홀로 서기를 하는 자립준비청년(기존 보호종료아동)은 매년 2500명 가령이 발생하는 상황인데,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우리 사회 복지시스템이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17분께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입주민 A(19·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A씨는 ‘최근 친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만 18세까지 지역 보육시설에서 생활했으며, 부모는 모두 장애가 있어 A씨를 보살필 형편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다 앞서 지난 18일엔 광주의 한 대학 건물에선 이 학교 신입생 B군이 극단선택을 했다. 보육원 출신인 B군은 시설을 나올 때 받은 지원금 700만원 가운데 500여만원을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보육원 관계자에게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힘들다”며 외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극단선택이 이어지자 정부도 경제적·심리적 지원 대책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그동안 보호종료 후 보육원에서 퇴소한 청년들은 지자체에서 최소 5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았고, 정부도 5년간 월 35만원의 자립수당을 지급했다.
다만 복지부가 내놓은 심리·정서 지원책은 ▲자립멘토단 ‘바람개비 서포터즈’ 운영 확대 ▲무료 심리상담 3개월간 10회 제공 두 가지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으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없었다.
‘바람개비 서포터즈’는 먼저 자립한 선배 청년이 갓 자립한 후배의 멘토 역할을 해주는 사업이다. 매년 20명씩 뽑다가 올해부터 전국의 시·도 자립지원전담기관마다 선발하도록 확대됐다.
그런데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17개 시·도 중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설치된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올해 120명 이상 모집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까지 선발된 신규 인원은 70명에 불과하다. 매년 2500~260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나오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최근 “갓 자립한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는 시민들이 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시민참여형 사업은 아직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직업별 멘토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실시된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은 일반청년에 비해 삶의 만족도는 낮고 자살생각 비율은 높은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호종료 3~4년 차에 자살생각 경험이 크게 높아져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정책보고서에서 “자립지원 전담인력이 자립준비청년에게 정서적·사회적 지지체계가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며 “현재 전담인력 1명이 108명 이상을 관리하고 있는데, 1인당 30명 수준이 되도록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없는 지자체에 기관을 설치해 연말까지 멘토 선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