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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전문랩 선정, '상품성 진단부터 양산까지 가능한 덕분'

입력 | 2022-08-25 12:07:00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혁신창업 친화적 환경 조성과 벤처투자자금의 획기적 증대, 그리고 창업 및 투자 선순환 체계 구축이 골자였다. 우선,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에는 핵심 기술 인력이 창업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특화 지원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역 혁신창업 허브화와 민간 중심의 혁신기업 선별 기능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시제품 제작과 양산, 그리고 창업으로 구현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전국 각지에 구축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저변 확대를 지원키로 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 정경희 부단장. 출처=IT동아


메이커 스페이스는 지원 기능과 규모에 따라 일반랩과 전문랩으로 구분하며, 2018년 65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193개의 일반랩과 20개의 전문랩까지 총 213개소가 문을 열었다. 일반랩은 연 면적 100㎡의 생활밀착형 창작활동 공간으로, 소규모 스타트업의 3D 프린팅 및 시제품 제작이 가능하다. 반면 전문랩은 고가의 장비와 기업 수준의 설비를 토대로 제조 창업 분야의 전문 제품 제작은 물론 양산도 가능한 연 면적 1,000㎡ 이상의 대규모 공간을 구축했다. 2022년도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을 통해 전문랩으로 선정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단장 김종선)을 통해 관련 얘기를 들어보았다.

서울 동북권과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창업교육센터와 창업사업화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창업메이커지원센터까지 네 개 부서로 구성된 대학 내 창업지원 조직이다. 특히 제조 창업 지원을 강점으로 내세워 창업메이커지원센터를 독립 부서로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4월 전문랩으로 선정되기 이전에도 이미 캠퍼스 내 건물 세 곳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했을 정도로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21년부터 예비창업패키지와 그린경제 분야 스타트업을 각각 50개 기업씩 지원한데 이어 올해는 메이커 스페이스 중심의 제조 분야 스타트업 성장을 돕고 있다.

2021년 완공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상상관에서 정 부단장을 만났다. 출처=IT동아


창업지원단의 정경희 부단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정 부단장은 2001년부터 동국대학교 창업 지원 부서에서 20년 가까이 실무를 맡아왔고, 고려대 창업지원단을 거쳐 지금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창업 현장을 일구고 있다. 올해 4월 선정된 전문랩 선정도 정 부단장의 세심한 손길이 더해진 결과다. 정 부단장은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지난해 완공된 상상관에 1440평 규모의 자체적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의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에서 전문랩으로 선정돼 보다 많은 제조업 스타트업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서울과기대 메이커 스페이스는 기존의 전문랩들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창업 지원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단장은 “기존 서울에 있는 세 개의 전문랩은 인프라 교육과 사업화까진 가능해도 양산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서울과기대는 전문 제조 기업을 중개하는 스타트업 볼트앤너트와 손을 잡고 양산도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랩도 양산 시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분야가 제한되는 반면, 서울과기대는 전문 기업과의 공조를 통해 더 높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메이커 스페이스의 활성화를 위해 일부 시설을 24시간 개방하고, 행정 직원이나 장비 기능장 등 메이커전문인력으로 7명의 상주 직원을 두고 사업화를 돕고 있다.

상상관 1층에 위치한 메이커 스페이스. 제공=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


전문랩 관련 프로그램은 크게 혁신형 제조창업 환경 조성과 제조 창업기업 지원시스템 구축, 그린제조 창업 생태계 조성 세 단계로 나뉜다. 세부적으론 제조창업교육, 정기 세미나, 상품성 진단, 양산 지원과 판로 개척, 성과 공유 등 열 단계의 세부 프로그램을 구축해 놨다. 특히 상품성 진단부터 양산 과정은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강점이다. 정 부단장은 “상품성 진단은 제품화 검증이 가능한 창업아이템에 대한 상품성과 제조 예산을 파악하고 수익 모델의 타당성을 점검하는 창업 컨설팅의 핵심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30개 업체를 뽑는데 현재 두 배가 넘는 신청을 받았고, 약 20개 기업에 적극적으로 양산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부단장은 “서울과기대가 가능한 많은 예산을 스타트업 성장에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 선정 이전에 전문랩 수준의 인프라를 사전에 마련한 덕분이다. 덕분에 관련 예산을 인프라가 아닌 올해 선발 예정인 20여 개 기업에 각각 천만 원씩 지원해 양산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3D 프린터는 물론 커팅, 용접, 목공가공, 조립, 도색, 미디어 스튜디오 등에 이르는 다양한 전문 장비들이 준비돼있다. 사진은 하이테크관의 이노베이션 팩토리. 제공=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


프로그램 진행에 맞춰 추가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정 부단장은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 프로그램 단계에 따른 맞춤형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디자인 개발과 소프트웨어 등 메이킹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고, 목업이나 프로토타입 1~2차의 고도화 과정과 MVP(최소 기능 제품) 등이 필요한 상품화 과정은 이노베이션 팩토리라는 별도 공간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리고 “사업화 단계가 되면 시제품 고객 피드백이나 양산, 사업화를 위한 테스트베드를 위한 전용 공간 및 공유오피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메이커 스페이스는 상상관과 하이테크관, 학군단까지 총 세 군데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갖추고 있고, 3D 프린터 룸이나 금속가공실, 1인 미디어실, 목공가공실, 금속가공실, 코워커 카페 등 복합 업무 공간까지 합쳐 총 1440평 규모 면적에 약 10억 원대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장비 역시 일반 PLA 3D 프린터는 물론 레진 기반의 SLA 3D 프린터까지 갖추고 있고, 오는 10월 전까지 금속 3D 프린터도 추가될 예정이다.

서울과기대 학생군사교육단에 위치한 학군단 공작실, 일반 랩에서는 볼 수 없는 레이저 가공기 등 대형 장비들이 눈에 띈다. 제공=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


또한 머시닝 센터나 CNC 라우터, CNC 가공기, 워터젯 커터, 레이저 가공기 등 일반랩 수준에서는 볼 수 없는 전문 장비들이 갖춰져 있고, 범용 선반이나 플로터 프린터, 목공용 각도 절단기나 벨트 샌더 등 다양한 장비들도 고루 완비돼 있다. 장비 문의는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문랩으로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지만, 이미 창업지원을 위한 전략은 보다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정 부단장은 “전문랩 1년 차에는 보통 인프라를 조성하지만, 우리 대학은 기본틀을 갖추고 있어 현재 고도화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후 2차 년도부터는 예비창업자 등 제조분야 창업 기업 발굴에 힘을 쓸 예정이고, 3년 차부터는 현재 2~3단계 수준인 상품화 진단을 5~7단계로 나눠서 지원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정 부단장은 “4~5년 차에는 보육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독립 공간 제공 등 안정적인 지원과 더불어, 서울과기대가 추진 중인 에너지 환경 분야 및 인공지능 등을 제조 기업과 합쳐 특성화된 기업을 육성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지원, 보다 면밀한 시각에서 분석·접근해야

기업에 맞는 상품성 진단과 양산까지의 활로 개척, 그것이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전문랩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출처=IT동아


정 부단장과 얘기를 마칠 때쯤 되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이 전문랩에 선정된 이유도 정리가 됐다. 이미 서울에만 적지않은 전문랩과 일반랩이 있지만, 사업 자체가 시작된 지 이제 5년 차인 만큼 체계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걸림돌이 되는 과정이 바로 수익과 직결된 상품화와 양산 단계고, 서울과기대가 파고든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 것이다. 실제로 정 부단장은 선정 과정에서 대학이 잘하는 것과 기업이 잘하는 것을 융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고, 자체적인 메이커 스페이스 설립과 제조업 중개 스타트업인 볼트앤너트가 함께 프로그램을 구축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인터뷰 말미에 정 부단장은 “누구나 제조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언제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끊임없는 노력과 면밀한 접근법은 분명 우리나라 제조 스타트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을 것이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