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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軍, ‘사고 나면 일단 지휘관 보직해임’ 관행 손본다

입력 | 2022-08-25 13:30:00

“지휘책임 드러나기도 전에 징계… 또다른 피해자 양산”
비위행위-지휘감독 소홀 등 명확한 기준 마련 착수



게티이미지


군 당국이 보직해임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계실패나 성폭력 사건 등 부대 내 각종 사건사고 발생시 지휘관 등에 대한 무분별한 보직해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비위행위 및 지휘감독소홀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군 내부에선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여론 등 외부요인에 의해 ‘고무줄 인사조치’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일선부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명확한 지휘책임이나 비위행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선(先)보직해임’ 조치에 따른 낙인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2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최근 각 군으로부터 보직해임 규정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르면 다음달 국방부는 각 군 의견을 종합한 뒤 군인사법 개정 등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직해임은 경·중징계에 해당하지 않은 인사조치로 군인사법에 따라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된다. 다만 △구속 △감사로 비위행위 적발 △중대한 군 기강 문란·도덕적 결함 등 사유가 있을 경우 인사권자 판단에 따라 선보직해임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중대한 군 기강 문란이나 도덕적 결함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사건 관계자가 아닌 지휘책임을 지는 지휘관 등에 대한 보직해임이 사건별, 부대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보직해임된 피고소·고발인이 추후 무죄가 입증된 뒤 보직해임처분 인사소청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부대 내 사건사고가 외부에 알려지고 논란이 되면 관련 조사나 수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일단 지휘관 등을 보직해임하고 보는 문화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고, 군 내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020년 7월 강화도 탈북민 월북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2사단장이, 지난해 2월 강원 고성 ‘헤엄귀순’ 사건 당시엔 22사단장이 보직해임 됐지만 올해 1월 고성 ‘철책 월북’ 사건 때는 보직해임 조치가 없었다. 군 관계자는 “보직해임에 대한 판단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일각에선 장병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제보문화가 정착되면서 부대 내 사건사고가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지휘관들의 지휘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지휘권 확립 차원에서라도 보직해임 등 인사조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일선부대 지휘관은 “임기 동안 부대 안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보직해임 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인해 지휘관들이 많이 위축돼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