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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하며 눈물범벅”…50대 구한 고교 야구선수

입력 | 2022-08-25 14:54:00

심폐소생술로 50대 남성을 구한 공도혁 군. 서울 성남고등학교 제공


바른 인성을 갖춘 야구선수를 꿈꾸는 한 고등학생이 지난달 아파트 헬스장에서 심폐소생술로 50대 남성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서울 성남고등학교에 따르면 본교 2학년인 공도혁 군은 지난달 26일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헬스장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50대 남성 A 씨를 심폐소생술로 구했다.

공 군은 하교 후 찾은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쿵” 소리와 함께 쓰러진 A 씨를 목격했다. 당시 헬스장에는 6~7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운 공 군이 먼저 나서 A 씨의 호흡 상태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또한 공 군은 매뉴얼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119 신고를 요청하면서 제세동기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공 군은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다가 제세동기로 전기충격을 실시했다. 하지만 오래된 제세동기는 1~2회의 전기충격을 발생한 뒤 작동을 멈췄고, 공 군은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공 군의 응급조치는 30여 분이 지나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12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공 군의 선행은 A 씨의 부인이 학교 측에 장학금 전달을 문의하면서 알려졌다. A 씨의 부인이 직접 공 군에게 사례를 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공 군이 극구 거절해 학교 측에 알린 것이다.

A 씨의 부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공 군이 땀범벅에다가,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하여 눈물범벅으로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전해 들었다”며 “공 군에게 감사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9 구급대에서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 퇴원했다하니, 이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성남고등학교는 23일 공 군에게 ‘의로운 학생상’을 전달했다. 119 구급대는 하트세이버 증서를 수여하기로 했다.

강호영 성남고등학교 교감은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공 군의 선행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위급 상황이 오면 당황하고 주저할 수도 있는데, 매뉴얼대로 잘 대처해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대견하다. 공 군의 바람대로 좋은 야구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