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영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액이 6월에 사상 처음으로 제로로 떨어졌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제재를 가하고 대러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하는 상황에서 영국이 가장 먼저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 섰던 영국은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도 줄이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국가통계청(ONS) 등에 따르면 영국의 6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금액은 ‘0파운드’였다. 이는 1997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전쟁이 벌어지기 1년 전만 해도 영국은 한달 평균 4억9900만 파운드(약 7900억 원) 어치의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해왔다. 러시아는 영국의 최대 정제유 공급국이었다. 영국이 수입하는 정제유 중 24.1%가 러시아산이었다. 수입 원유의 5.9%, 수입 가스의 4.9%도 러시아산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 뒤 러시아가 자국의 에너지 수출을 무기화 하자 영국은 의존도를 낮춰왔다. 원래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 연말에 완전히 수입을 중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도 가능한 빨리 중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예정보다 6개월 빨리 목표에 도달한 것이다. 영국은 부족한 에너지를 러시아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네덜란드, 벨기에, 쿠웨이트 등에서 수입했다.
그러자 러시아도 영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며 맞불을 놨다. 영국의 대러 수출은 전쟁 전만해도 월 평균 2억5100만 파운드(약 3972억 원)였지만 6월에 8300만 파운드(약 1313억 원)로 줄어 67% 감소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