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4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으로 버텨온 한계기업 등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새 기준금리가 2%포인트 뛰면서 가계가 추가로 짊어진 이자 부담만 27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상 폭을 제한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이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7%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춤하던 가계 빚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팬데믹 장기화로 다중채무자도 늘고 있어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년 새 가계 이자 부담 27조 급증
25일 한은에 따르면 6월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의 78.1%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2014년 3월(78.6%) 이후 최대 비중이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6월 말 1757조9000억 원)의 변동금리 비중이 이와 같다고 가정하면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0.25%포인트)만큼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3조4000억 원 정도 늘어난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4억5600만 원을 6개월 주기 변동금리로 받은 대출자 A 씨는 1년 전 연 2.66% 금리를 적용받아 연간 원리금으로 2207만 원을 갚으면 됐다. 하지만 현재 금리는 4.61%로 뛰어 연간 상환액은 2775만 원으로 560만 원 이상 늘었다.
특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에서 다중채무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빚이 늘고 있어 이들의 부실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전체 대출자 가운데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빌린 다중채무자는 22.4%로 지난해 말(22.1%)보다 늘었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31.9%나 된다.
● 예·적금 금리도 줄줄이 인상
이날 현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4.18~6.205%로 고정금리(3.97~6.069%)보다도 높다. 기준금리가 0.5%였던 지난해 6월(2.39∼4.047%)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2.2%포인트 넘게 뛰었다. 김봉제 하나은행 CLUB1 PB센터 팀장은 “금리 인상과 경제 위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자산을 현금화해 빚부터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가급적 대출을 줄이는 게 좋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꼭 필요한 대출은 지금 받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며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면 고정금리로 받는 게 낫다”고 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하나, 우리은행은 26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3%포인트, 0.5%포인트 인상한다. 국민, 신한, 농협은행도 29일부터 최대 0.4%포인트씩 예·적금 금리를 올린다. 다만 수신금리가 상승하면 예·적금 금리 등 자금조달 비용의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