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자금 흐름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쌍방울그룹의 핵심 관계자가 대량의 마약을 구매하고,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쌍방울 관계사인 K 사 대표 박모 씨(50)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22일 구속해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박 씨를 19일 체포한 뒤 추가 수사를 거쳐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22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박 씨는 올 6월경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이용해 마약 판매책에게 접근한 후 암호화폐 등을 주고 필로폰 10g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로폰 10g은 약 3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폐쇄회로(CC) TV 분석 등을 통해 박 씨가 마약사범들이 주로 쓰는 ‘던지기 수법’ 등을 통해 필로폰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쌍방울의 실소유주인 김모 전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김 전 회장이 쌍방울을 인수한 2010년 직후부터 쌍방울 임원으로 활동해왔다. 2019년에는 쌍방울 측에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K 사의 대표로 취임해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K 사는 2019년 10월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 원의 전환사채(CB) 중 50억 원을 사들이고, 이 CB를 다른 계열사에 되파는 역할을 했다. 이에 검찰은 박 씨를 이달 초 불러 해당 CB의 성격 및 자금 행방 등에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는 25일 서울 강남구의 KH 그룹 본사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KH는 쌍방울과 2018년부터 수 차례에 걸쳐 CB를 서로 사고파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한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