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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 전 군민에게 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하자 읍내가 ‘들썩’

입력 | 2022-08-26 03:00:00

[지금 내 고향에선]
“코로나 위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추가경정 예산에서 525억원 확보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내년까지 사용, 침체된 지역 분위기에 활력소 역할




“추석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았죠. 이렇게 활기 찬 읍내 모습을 오랜만에 보네요.”

전남 영광군 영광읍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규 씨(55·여)는 최근 영광군이 전 군민에게 100만 원씩 지급한 재난지원금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김 씨는 “한 달 전만 해도 손님이 없어 가게 문을 오후 5시에 닫았는데 요즘은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아 오후 9시까지 열고 있다”며 “자치단체의 통 큰 지원으로 읍내가 들썩들썩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느 자영업자처럼 2년 넘게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부에서 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900만 원으로 그럭저럭 버티기는 했지만 종업원 두 명 중 한 명을 내보내야 했다. 김 씨는 “이번 재난지원금은 긴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존재”라며 “재난지원금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다른 가게 주인들도 다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고 전했다. 영광군이 재난지원금 100만 원씩을 전 군민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은 민선 8기 강종만 군수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1인당 지급액으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강 군수는 6·1지방선거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행복지원금(코로나19 긴급지원금)으로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재난지원금 지원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영광군은 그동안 세 차례 걸쳐 총 40만 원씩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2021년 두 차례 각 10만 원씩 지급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20만 원씩 지급했다.

영광군은 이달 2일 군의회가 올해 세입·세출 추가경정 예산에서 재난지원금 525억 원을 확정한 뒤 16일부터 군민 신청을 받고 있다. 24일 현재 전체 군민 5만2290명 가운데 87.5%인 4만5762명이 신청했다. 신청 기간은 다음 달 16일까지다. 지급 대상은 올 6월 1일 기준으로 영광에 주민등록이 된 사람, 외국인등록자 중 결혼이민자, 영주권자 등이다.

지원금은 지역화폐인 영광사랑카드(70세 이상은 영광사랑상품권)로 지급되며 내년 10월 15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영광에는 영광사랑카드 가맹점이 3000여 곳 있다. 영광군은 이번 지급액의 3배 이상인 15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광읍에서 자영업을 하는 장관철 씨(55)는 “전에는 기름 한 번 넣고 밥 몇 번 먹으면 없어졌는데 이번에는 목돈이라서 계획성 있게 쓰려고 한다”며 “이번 재난지원금은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이 지역경제 회복 불쏘시개 되었으면…”


강종만 영광군수 인터뷰

“코로나19에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군민들의 가계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강종만 영광군수(68·사진)는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이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불쏘시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525억 원을 어떻게 마련했나.

“순세계잉여금(純歲計剩餘金)이란 게 있다. 세금을 초과 징수하거나 사업을 집행하지 못하고 남은 예산이 올해 260억 원 정도 된다. 여기에 정부 교부금과 자체 예산을 보탰다. 700여 명의 공직자가 일상 경비를 10% 이상 절감하고 나도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를 최소화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매서 마련한 것이다.”

―‘선심성 퍼주기’ 예산이라는 지적도 있다.

“선심성은 특정 분야, 또는 특정인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다. 군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선심성이라고 할 수 있나. 재난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하기 때문에 지역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고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다.”

―군의회 반대는 없었나.

“8명 의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예산을 통과시켰다. 그만큼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군청 과장과 읍면장 이상 간부와 군의회 의원, 기관·사회단체장 등 50여 명은 이번에 재난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고 그 돈을 군에 기부하기로 했다.”

―지역 분위기와 앞으로 계획은….

“아직 지급 초기지만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전통시장 분위기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정부도 이런 파급 효과를 알아야 한다. 앞으로 재정 여건을 감안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체 재원을 활용해 또 지급하겠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