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4연속 기준금리 인상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34m² 아파트가 이달 2일 42억3000만 원에 팔렸다. 바로 앞 동 같은 면적 아파트가 올해 5월 도곡렉슬 역대 최고가인 49억4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3개월 만에 7억1000만 원 떨어졌다. 3000채 규모로 교육환경이 좋아 수요가 꾸준한 단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5월 팔린 집은 로열동으로 원래 6억 원 정도 가격 차 가 있다는 걸 고려해도 1억 원 정도 더 싸게 팔린 것”이라며 “매수세가 죽어서 호가가 고점 대비 2억∼3억 원 내려갔다”고 귀띔했다.
한국은행이 25일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4차례 연속 올린 가운데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재정비 공약 지연 논란을 빚고 있는 1기 신도시 가격이 하락하며 수도권 집값은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리 인상으로 매수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며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13% 하락하며 지난주(―0.07%) 대비 하락 폭이 커졌다. 특히 수도권(―0.10%→―0.18%)이 크게 내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며 전세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는 미분양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2만7910채로 전년 동월(1만6289채) 대비 71.3%(1만1621채) 늘었다. 특히 ‘미분양 무덤’이 된 대구는 지난달 규제지역(수성구 제외)에서 해제됐지만 이달 분양한 5개 단지 모두 미분양이 났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집값 하방 압력이 계속되고 거래절벽도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시장은 변곡점을 지나 분명한 하락기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가가 잡히지 않아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금리가 더 오르면 거래 빙하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