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이 또 구설에 올랐다. 그제 김 여사의 페이스북 팬클럽 페이지인 ‘건희 사랑’에는 “윤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26일 12시 방문입니다. 많은 참석, 홍보 부탁드린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한 사용자가 댓글 형태로 올린 공지였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행사 종료까지 ‘대외비’다. 경호를 위해서다. 더욱이 대구 일정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시장 방문 행사다. 출입기자단에도 엠바고(보도유예)를 조건으로 ‘26일 대구 방문’으로만 공지됐다. 그런데도 세부적인 시간과 동선이 팬클럽을 통해 공개됐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대통령실은 “대구시당 차원에서 참석하려는 당원이 적지 않아 일정이 알음알음 알려졌던 상황”이라고 했다. 지역 정가에서 정보를 입수한 어느 회원의 일탈 행위이지 김 여사 측이나 팬클럽 운영진이 정보의 진원지는 아니라는 취지의 얘기다. 이번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봐선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 일정이 상세히 공개된다면 대외비가 무슨 의미가 있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초 유포자에 대한 역추적 조사 등 경위를 명확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사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
김 여사는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 의혹 등 이런저런 잡음에 휘말려 있다. 야당에선 ‘김건희 특검법’ 움직임이 나온다. 정치 공세 측면이 강하지만 공사(公私) 구분이 흐릿해 빌미를 준 것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 정서의 문제다. 이번 사건을 김 여사 및 팬클럽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깊이 들여다보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