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사상 첫 4번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지난달 사상 처음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선 지 한 달 만이다. 금통위가 최근 네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결과 기준금리는 연 2.5%에 이르렀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 직후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7%포인트 올리고, 성장률 전망치는 0.1%포인트 내렸다. 지금은 물가와 경기 전망이 모두 어둡지만 물가가 좀 더 위급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치솟는 물가를 제때 잡지 못하면 소비와 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다급한 상황이 됐지만, 베이비스텝 정도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물가상승률은 6, 7월 연속 6%대를 나타내며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 소비 수출이 모두 하락하는 상황에서 베이비스텝을 한다고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어정쩡한 통화 정책으로는 물가와 경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호 부총리는 물가와 관련해 11일 “9월 또는 10월에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어제 이 총재는 “정점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이 당장은 빅스텝을 고려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자본 유출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펴도 모자랄 판에 당국자들이 성급한 낙관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물가와 환율 안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