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최대 2680만원 부채 감면 “빚더미 산에서 헤어 나오게 될것” 중간선거 앞 청년-흑인 표심 겨냥… 현금성 지원에 인플레 자극 우려 “물가 최대 0.3%P 올릴 것”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학자금 대출을 1명당 최대 2만 달러(약 2680만 원)까지 탕감해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손가락으로 돈을 뜻하는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그 옆에 미겔 카르도나 교육장관이 서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대학 학자금을 1인당 최대 2만 달러(약 2680만 원)까지 감면해주는 학자금 대출 부채 탕감 계획을 발표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청년층과 흑인 등을 겨냥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유권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잇따른 현금성 지원으로 하락하던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바이든, 중간선거 두 달 앞두고 지지층 공략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연간 수입이 12만5000달러(약 1억6800만 원) 미만인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개인 학자금 대출 부채 중 1만 달러(약 1340만 원)를 탕감해줄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또 연방 정부의 학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대학원생은 최대 2만 달러(약 2680만 원)까지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학 학자금 대출 월 상환액을 월 소득의 10%에서 5%로 낮추는 조치도 내놨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3000억 달러(약 400조 원)로 예상된다.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빚더미의 산에서 헤어 나올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 계획은 형편없이 망가진 (대학 학자금 대출) 체계를 고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침내 미국인들은 집을 사거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는 전체 경제를 더 좋아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학자금 대출을 모두 상환한 이들이 있는데도 일괄적으로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는 건 불공평하지 않으냐’는 지적에는 “백만장자들이 세액 공제를 받는 것은 공평한가”라고 반문했다.
학자금 대출 탕감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형평성 논란과 물가 인상 부담으로 그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민주당 지지층인 청년층과 흑인, 히스패닉 표심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 분석에 따르면 대학에 입학한 지 20년이 넘은 흑인 대출자들은 여전히 원래 학자금 부채의 95%를 빚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권자 매표 정책…물가 더 끌어올릴 것”
공화당은 “매표 행위”라고 비판하며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유권자들에게 뇌물을 주는 조치가 단행된 것을 보니 슬프다”며 “바이든의 학자금 대출 탕감은 민주당에 표를 더 가져다줄지는 몰라도 모든 미국 가정에 부담을 키우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비판했다.전문가들도 이번 조치가 하락세를 보이던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마이클 퍼글리즈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대학 학자금 탕감 정책이 물가상승률을 약 0.1∼0.3%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수치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미 뜨겁게 달궈진 경제에 연료를 더 넣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학자금 탕감 정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재정적자 감소 규모를 넘어선다”며 “이 정책은 인플레이션 팽창법”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